자동차/BMW e36 320i

애증의 올드카 BMW e36 320i 10,000km 사용기, 시승기

라운그니 2015. 9. 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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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BMW 시리즈 중 가장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디자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녀석은 다름아닌 BMW 3시리즈 3세대 e36 일 것이다. 


BMW e36은 BMW 3시리즈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는 중요한 모델로 

실키식스 직렬 6기통의 부드러운 엔진과 소형차임에도 묵직한 주행감과 핸들링, 

각 종 내장제 뿐만 아니라 샤시, 도어, 본넷, 트렁크 등 모든 것이 

단단하다 못해 짱짱하다는 느낌이 드는 녀석이다.



2013년 초 가져와 지금까지 약 3년 넘게 소유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기록해 본다. 





#. 사용기


난 소유했던 차마다 이름을 붙여주는데 이 녀석의 이름은 '드래곤 길들이기'의 그 투슬리스 였다.

처음 글에서 왜 그 이름을 붙였는지 이유가 나와 있는데, 지금까지도 녀석은 내게 만족감을 주는 녀석이다.

오너에게 늘 무언(無言)으로 난 아직 달릴 수 있다고 외치는 이 녀석은 보면 볼수록 끌리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녀석을 정면으로 볼때면 여러 느낌을 받는다. 

왠지 슬퍼보이기도 하고 또, 듬직하며 깡다구가 느껴질 때도 있다.


사실 지금 차와 비교해서 크기는 왜소(矮小)하지만 녀석의 달리기 실력 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다.

최대 출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작 150 마력 밖에는 안되지만 지금 나오는 높은 마력을 가진 차에 못지 않게 진중한 달리기 특성을 느낄 수 있다.

20년 세월은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녀석을 한번이라도 몰아보면 녀석의 그 주행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최근 시골 벌초를 다녀오면서 녀석을 약 600km 주행해 봤다. 

거의 90% 이상이 고속주행이었다.


한달에 약 1회 정도 몰아보긴 하지만 내 몸이 느낀 녀석은 유연하고 단단하며 

부드러운 가속감 이후 나타나는 거침 없는 탄력 주행감이 탁월한 녀석으로 기억하고 있다. 








오랜만에 잡아본 녀석의 핸들, 촥촥 감기는 쫀득한 그립감이 좋다.

오너를 향하고 있는 데쉬보드와 주황색 계열의 계기판 불빛도 마음에 든다.


키를 꼽고 늘 마음이 설레는 녀석을 깨우는 이 순간. 

실키식스의 묵직하며 담백한 엔진음과 그릉거리는 배기음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6기통 2,000cc 엔진을 가진 녀석의 특성상 초반 60km/h 까지는 더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시내에서 늘 초반은 다른차에게 따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60km/h 이상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거침없이 쭉쭉 밀어붙이는 녀석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에 녀석을 올려봤다. 녀석의 본질은 바로 이런 고속주행에서 느낄 수 있다.

비교적 저rpm 에서도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130km/h 속도에서 약 2,800rpm 정도.

160km/h 속도에서 약 3,300 ~ 3,500rpm 정도 였다.


저속에서나 고속에서나 녀석의 주행감은 늘 똑같다.

묵직하고 단단한 로드홀딩과 안정감, 그리고, 노련한 핸들링까지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가장 엔트리 모델에 속하는 e36 320i 인데도 이런 느낌이라면 

이보다 높은 배기량을 가진 녀석이나 쿠페, M3 급의 녀석들은 말을 안해도 어떤 괴물들인지 알 수 있으리라. 

물론, 90% 이상 정비되어 있고 잘 관리된 녀석들에 한해서다. 






#. 올드카로서의 입지


올드카 라는 장르를 따져보더라도 녀석 정도면 합격점이다.


일단 크기가 작다는 것. 

요즘 차와 나란히 두고 보면 소형차에 버금갈 정도로 작다. 

그래서 아주 귀엽다. 


그리고, 생김새 자체가 네모진 각진 모양에 라인도 똑바르다. 


또, 내부를 들여다 보면 흠뻑 간다. 

데쉬보드, 핸들, 도어트림, 각 종 버튼 등의 재질이 아주 거친 느낌이지만 

단단하게 마감되어 있고 친절하게 구성되어 있다. 

딱 보면 원가절감이라는 단어와 멀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 저것 부러지고 없어지면 관리하고 복구하는데 힘들겠지만 

부품 구하기 어렵고 요즘 기술력으로 수리 못할 정도로 어려운 차는 아니다.


녀석이 95년식으로 아직 20년 밖에 안되는 준올드카에 속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10년, 20년은 걱정없을 것 같다. 


다음 장에서는 정비, 운영 부분에 대해 얘기해 보자.






#. 정비, 운영


BMW e36, 녀석을 가져오고 약 1~2년간 정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었다.

3년이 지난 지금 녀석의 컨디션과 복원 상태는 최상에 가깝다. 


지금은 소모품만 재때 갈아주고 세차를 자주 해주는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


이 녀석은 현재 아버지께서 운영하고 있다.



사실 허름한 차를 가져오고 녀석의 상태를 진단하고 부품 공급, 정비업체를 알아보는데 까지 내가,

그 이후 녀석을 복원하고, 직접 유지 관리하신 건 아버지 였다. 


처음 녀석을 보시자 마자 너무 이쁘다며 지금까지 손수 부품을 구하시고 

나보다 더 정비업체에 드나드시며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으셨다. 


지금은 나보다 e36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계신다. 

1주일에 2~3회 주행을 꼭 하시고 거의 매주 딱고 조이고 가꾸신다.


녀석을 가져오고 지금까지 소요된 비용은 가져온 차 값의 두 배 이상. 


엔진, 미션, 전기계통, 외장 상태가 좋은 녀석을 가져왔지만 

지금까지 블로그에 기록한 이력에서 보다시피 여러 소소한 문제점들이 있었다. 








BMW e36은 아직까지 부품이 남아있고 새로 공급되기도 한다.

그래서 올드카 입문으로 녀석에 접근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물론 수입차라 부품값이나 수리 비용 등이 비싸지만 유지, 관리하는데 아주 어려운 건 아니다.


정비업체는 BMW e36 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몇 군데 있지만 나는 맥스파워 함사장님을 추천한다.

함사장님에 대해서는 블로그에서 여러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데 국내에서 e36을 가장 잘 알고 있다.





#. 애증의 올드카 BMW e36


비록 내가 소유한 시간이 녀석의 생애주기에서 일부분이지만 

녀석에게 있어서 아마도 가장 찬란한 시기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오너에게 가장 사랑 받고 관심을 받아왔던 시기가 또 있었을까?







녀석은 또 내게 특별하다. 

서먹서먹한 부자관계를 따뜻하게 맺어준 다리 역활을 하기도 한 고마운 녀석이니까...

집에 가면 아버지와 녀석 얘기부터 시작해 e36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나눈다.


여담으로 아버지를 모터사이클 세계로 인도하려 시도하지만 이건 잘 안먹힌다. ㅎㅎ


오래되긴 했지만 지금까지 BMW e36 외에 다른 비머도 타봤지만 

아직 BMW e36 만한 비머는 없는 듯 하다. 








기회가 된다면 e36 이후 세대보다는 이전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e30, e21은 타보고 소유하고 싶긴 하다.

이 녀석들은 지금의 비머를 있게한 진짜 비머 DNA가 있는 녀석들이니까.


암튼, BMW e36 도 그 DNA가 고스란히 녹여진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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