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석이 3주 뒤로 다가왔고, 매년 연례행사인 벌초를 지난 주말 다녀왔다.
좀 이르긴 한데, 처서(處暑)가 지나서 선선한 날씨에 할줄 알았는데, 왠걸 이 날 무척 더웠다.
나와 아버지는 수원에서 출발하고, 김제에서 사는 동생과 시골에서 만나기로 했다.
새벽 일찍 사브 9-3 에어로, 라브를 타고 출발했다.
전날 모처럼 고급유를 가득 주유하고 이번에 전체 연비를 측정하기로 했다.
수원에서 시골이 있는 함평 월호리까지 편도로 약 300km이고, 총 주행거리는 600km 남짓.
대부분 약 110~140km/h 사이로 크루즈 주행도 했는데, 차가 거의 없는 구간에서는 고속주행도 번갈아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고속 주행 연비는 약 6.8L/100km. 우리식으로 환산하면 1L당 약 14.7km 주행한 셈이다.
시내 복합연비가 약 8~9km/L가 나오는데 이번 결과는 만족할 수준이다.
암튼,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서천방향으로 내려가는중 여명(黎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희미한 빛을 놓칠수가 없어 중간에 청양임시휴게소에 차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담기로 했다.
#1.
정말 오랜만에 사브 9-3 에어로, 라브를 주인공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새벽녘의 맑은 공기와 신선한 바람이 불고 차가 지나가는 소리만 들리지 않으면 정말 고요한 셈이다.
제법 여명(黎明)과도 잘 어울리고 한 분위기 하는 사브. 멋지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가는길 내내 안개가 짙었는데, 군산 휴게소에 다다를쯤 절정을 이뤘다.
심지어 휴게소내에도 짙은 안개로 10M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간단히 아침 끼니를 채우고 함평으로 다시 출발.
함평IC에서 빠져나와 나주, 동강방면으로 가는 23번 국도 길목에서 한장 더 찍어준다.
곧게 쭉 뻗은 저 길 끝은 영산강을 지나 영암, 장흥, 강진을 거친다.
강진에서 17번 국도로 갈아타면 해남, 완도까지 갈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가깝게 들릴지 모르나 함평에서 해남 땅끝까지 약 2시간이 더 걸린다.
곧게 뻗은 23번 국도를 타고 동강교를 건너기전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몇년전에 생긴 함평기아챌린저스필드 안내판이 보이는데, 이 멋진 길을 따라 가면 오른편으로 영산강이 흐른다.
그래서 영산강을 배경으로 사브 9-3 에어로, 라브를 다시 사진에 담는다.
#2.
지난해 11월 시골 시제차 방문 이후로 약 9개월만에 찾아뵌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가볍게 몸을 풀어주고 벌초를 시작한다. 몇시간 후 봉분 네곳을 모두 끝내고 사진에 담았다.
사실 오래된 빛바랜 사진으로만 난 할아버지, 할머니를 알고 있다.
어렸을적 외할아버지 외에는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다.
물론, 어려서 외할아버지의 따뜻함이 어렴풋이 기억날뿐이지 그마저도 뚜렸한 기억은 아니다.
지난번에도 얘기했었지만, 시골 시제나 벌초라는 것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낯선 것일지 모른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끝나가면 이러한 조상들을 기리는 풍속이 사라질지 모른다.
동생과 난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 1년에 꼭 두번 정도는 내려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는데
그동안 벌초를 홀로 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지 알 것 같다.
그때는 시골에 가는 것이 재밌고 즐거운 일이었다. 단 하나... 화장실 가는 것만 빼고...
시골집 화장실은 어느 시골이나 마찬가지로 엄청 큰 항아리를 땅에 묻고
나무 판자로 구멍을 만들어 그 위에서 볼 일을 볼 수 있게 했다.
난 어린 마음에 거기만 가면 꼭 빠질 것만 같았다. 정말 무서웠고 기억 조차 하기 싫은 곳이었던 거 같다.
벌초를 끝내고 푸른 하늘을 올려다 봤다.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을 끝낸거 마냥 기분이 좋았다.
이런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이 곳도 문명의 이기(利器)가 이미 자리잡고 있다.
저 영산강 건너편에는 뭘 만드는지 지금도 한창 공사중인 듯 했다.
사브 9-3 에어로, 라브는 푸르게 익어가는 벼위로 달리는 듯 그렇게 보인다.
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정말 날아갈 기세다.
#3.
오랜만에 동생 애마인 2002년식 갤로퍼2 이노베이션 숏바디와 나란히 서게 됐다.
지난 2004년 약 2만 km 주행한 녀석을 가져와 지금까지 타고 있는데, 현재 약 19만 km 주행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탈도 많았지만, 무척 단단하고 튼튼한 모델이다.
사마귀 한녀석이 청개구리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으로 담지 못했는데, 청개구리는 팔짝 뛰어 버린다.
카메라를 최대한 땡겨 사마귀를 찍는데, 녀석이 날 노려보고 있다.
'저걸 콱~!' 하는 것 마냥. 날 먹을 기세다 ㅎㅎㅎ
또 옛날 얘기를 하자면 어렸을때는 정말 아이들이 놀만한 것이 한정되어 있었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동네에서 뜀박질 하는 놀이(술래잡기, 나이먹기 등) 대개가 몸으로 하는 놀이였다.
그 중에 곤충잡기도 성행했는데, 동생이 꽤나 곤충잡기는 노련했다.
특히 사마귀와 잠자리를 잡으면 잠자리 VS 잠자리, 잠자리 VS 사마귀 이렇게 토너먼트로 싸움을 시켰는데,
잠자리 중에 승자를 사마귀와 싸움 붙이는 놀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니, 마음 여린 난 그때도 그것이 아주 잔인하다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사마귀를 먹는 잠자리도 있다는 것을 보기도 했었다.
암튼, 놀라서 껑충 뛴 청개구리는 바로 저 녀석.
그리고, 저 녀석 보다 작은 귀여운 청개구리도 손으로 잡아봤다.
사마귀는 못잡겠지만, 요 녀석은 쉽게 손에 잡혔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귀한 녀석들.
#4.
시골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요런 집들이 많다.
사람 손이 닿지 않아 이미 잡초들이 이 집의 주인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아버지는 시골에 내려오실때마다 뭔가를 가져오고 시골집을 리모델링 하신다.
이번에는 안방 벽지를 새로 붙였다. 으... 이것도 약 2시간 이상이 걸린 듯.
그리고, 예전 비디오 테입과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는데 내가 중학교때 녹화해 뒀던 비디오 테입이 있었으니...
바로, 그 당시 모든 남자 아이들의 로망인 소피 마르소 주연의 '라붐' 녹화 테입.
예상 외로 테입이 늘어지지 않고 잘 나온다. 소피 마르소. 정말 이뻤다.
그래서 준비했다. '라붐'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최근까지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영화가 상영되었는데, '피메일 에이전트' 라는 영화였다.
#5.
해가 저물고 있었다. 저렇게 보이기 시작하면 30분내 컴컴해 진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광경이다.
사브 9-3 에어로, 라브와 황혼(黃昏)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짐을 정리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동생과 고창 휴게소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으아~ 정말 멋지다. 언제 이런 멋진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오염이 심하지 않은 깨끗한 대기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하늘이다.
그리고, 여긴 홍성 휴게소. 엄청난 고속주행으로 사브 9-3 에어로, 라브를 쉬어주기 위해 들린 곳.
차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어둠과 가로수를 배경으로 다시 사진을 담았다.
멋진 녀석. 항상 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녀석 만큼 나를 매번 흥분하게 만드는 차가 있을까.
제대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놀라울 정도다.
때때로 항공기가 이륙할때 나는 소리도 들린다. 뭐,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ㅎ
그래서 오늘의 '여명에서 황혼까지' 라브 이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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