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시승기.
암튼, 시작!
작년 겨울 몇년전부터 타보고 싶었던 BMW 알나인티를 가져와 타보게 되었다.
사실 알나인티가 국내 소개되었을때 부터 타보고 싶긴 했었는데
약 2년 전 모토라드 강남 딜러의 홀대로 트라이엄프 본네빌 T100 으로 갔던 적이 있었다.
뭐 여기 저기 들은바에 의하면 모토라드 강남은 아직까지 그러고 있다는데
있는 고객 마저 잃지 않으려면 이제 바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블로그를 통해 BMW 모토라드에 대해 신랄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BMW 바이크는 사랑스럽지만 한 두곳 딜러사로 그 좋은 이미지 마저 사라질 지 모를일이다.
BMW 모토라드 코리아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이런걸 한 두명만이 느낀 게 아니란 얘기지...
암튼, 이 얘기는 그만하고 오늘은 알나인티 얘기나 해보자.
그러니까 알나인티를 작년 겨울에 가져왔으니까 지금 약 7개월 넘었는데 현재는 가지고 있지 않다.
개인 사정으로 보내긴 했는데... 이게 말이지 계속 생각난다고 할까.
탈려고 마음먹으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탈때는 재밌기만 해서 자꾸 머리속을 맴돌고 있다.
약 5,000km 정도를 탔는데, 상주 모토라드 오프닝 투어부터 스탬프 투어까지.
그곳을 다녀오면서 알나인티가 어떤 바이크인지 느끼는 시간을 갖었다고 할까.
그 얘기들을 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알나인티는 고속 달리기용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그건 알나인티뿐 아니라 타 브랜드 네이키드 모델도 마찬가지.
물론, 내 기준에서 최고속 160km/h 까지 달려보긴 했지만 이건 결코 즐기는 게 아니었다.
투어 당시 헬멧(담트락스 아키라) 영향도 있었겠지만,
약 110~120km/h 가까이만 되도 주행풍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 그 속도 구간에 다다르면 경쾌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힘겹게 끌어 올린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하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 구간을 넘어가면 또 거침없었지만 주행풍 때문에 결국 곤혹 스러웠다.
알나인티는 속도로 보자면 80~100km/h 사이가 가장 즐거운 구간이다.
시내에서는 3단 기어만으로 이 구간을 여유롭게 넘나들 수 있으며
두툼하고 플랫한 토크로 주행하다가 스로틀을 더 비틀면 순간 가속감도 꽤 느낄 수 있다.
또 공냉 엔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도 더러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공냉 엔진(사실은 공유냉)이 얹어진 녀석들만 타왔었는데
그 중 디자인이나 성능면에서 가장 으뜸인 바이크일 것 같다.
알나인티는 어느 정도 고동감이 있고, 701 슈퍼모토 만큼은 아니지만 진동도 있으며
날씨, 환경에 따른 엔진 반응 차이도 약간은 있었던 거 같다.
알나인티 특징중 엔진 특성상 스로틀을 열면 오른쪽으로 살짝 튀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은 몇번 시동 걸어보고 몇십키로만 타보면 금방 익숙해 진다.
그것보다 내가 느낀 알나인티 매력 포인트는 시동을 걸었을 때 그 순간이다.
혹시 BMW 자동차 특히, 6기통이 얹어진 실키식스 엔진 시동음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알나인티의 시동음은 실키식스 엔진의 시동음과 흡사하다.
일반 자동차나 바이크의 째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아니라
두둥! 거리며 응축된 두툼하고 굴직한 소리를 순간 내뿜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엔진을 옆으로 살짝 흔들어 주기까지 한다.
그건 실키식스 엔진도 마찬가지.
그리고, 알나인티는 순정 아크라포빅 사일랜서에서 흘러 나오는 저음의 묵직한 배기음이 인상적이다.
머플러 튜닝을 구지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알나인티의 포지션을 애기해 보자면 내 키(172cm) 기준으로 팔이 좀 더 길면 편했을 것 같다.
순정 상태에서 허리를 좀 굽혀야 알맞는 포지션이 나왔는데,
허리를 굽혀 핸들을 잡는 팔모양을 둥글게해 모타드 타는 마냥 형태를 취하면 꽤 공격적인 자세가 나온다.
그 자세로 타면 느낌상 더 쥐어 짜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지만,
맞바람 저항에 가로막혀 이내 속도를 줄이게 된다.
그렇더라도 가끔은 미친듯이 달려야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더 많이 있다.
알나인티 기어 1단은 정말 정밀한 스로틀 조작을 필요로 한다.
1단으로 충분히 30~40km/h로 시내에서 운행할 수 있지만,
너무 부담스럽고 기분 더러운 토크감이 느껴져서 바로 2단 기어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 2~3단 기어 사이가 재미있었고, 엔진 느낌도 기분이 좋았던 거 같다.
3단 기어에서 탄력을 받아 100km/h 이상에서는 4단으로 넘어가는 걸 즐겼다.
알나인티로 하루동안 가장 길게 운행한 거리는 상주 경천섬으로 왕복 약 450km 였던 거 같다.
한시간 넘게 90km/h 속도 이상으로 쭉 스로틀을 돌려봤지만 녀석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이후 BMW 스탬프 투어차 약 4일간 공주, 부여, 군산, 고군산군도, 고창, 전주 등 약 1,000km 정도를 주행하고
투어중 중간 중간 오프로드를 달릴 기회가 있어서 안양으로 복귀하는 날 전주 모토라드에 점검차 들렸는데
문제없이 올라 갈 수 있고 바이크는 전혀 문제없으며 사람이 지칠거라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알나인티 엔진 특성상 고RPM 사용시 엔진오일을 소모해 주의가 필요하고
불편한 자세 때문에 투어에 어울리지 않다는 얘기가 많아 걱정을 했는데 기우일 뿐이었다.
오너가 알나인티에 얼마나 큰 만족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느냐 또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이러한 것들은 문제거리가 아니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것은 알나인티뿐 아니라 모든 탈 것에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까.
그렇다더라 라는 속설보다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들이 진짜 생생한 정보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겪은 것들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직접 타보고 느껴보는 것이 온전한 자기 것일 것이다.
혹자는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 말하지만 오히려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궁금하면 직접 타보라는 것.
직접 타보고 느껴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특히 모터사이클은 온 몸을, 온 정신을 집중해서 타봐야 하는 탈 것이라서.
결론적으로 알나인티 충분히 매력적인 모터사이클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보내긴 했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타고 싶은 녀석이다.
짧은 글이었지만, 나중에 알나인티에 대해 더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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