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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을 찾아서 '동대문 평화시장의 추억과 삶'

라운그니 2012. 3. 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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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무살까지 경기도 성남에 살았었습니다. 그러니까 소싯적 시절이나 청소년기를 그곳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진을 통해서 기억하기로는 제가 초등학교때부터 부모님이 의류업을 하고 계셨을 때였습니다. 



평화시장의 추억

그 당시 부모님이 의류업을 하게된 계기도 구평화시장에서 이모 한분이 의류 도매상을 하신 것도 한몫했을 거 같습니다. 1980년대죠. 그때만 해도 모두 넉넉하지 못한 삶에 한참 국가적으로 시끄럽고 대학생들의 데모가 많았던 시기로 기억합니다.

매번 1주일에 한번은 동생과 번갈아가며 어머니와 함께 새벽버스를 타고 평화시장에 갔었습니다. 잠 덜 깬 상태에서 컴컴한 골목길을 지나 수진리 고개로 나가서 동대문 가는 버스를 탔었죠. 텅빈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어머니를 따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랄까? 어린나이에 부모님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도 했을 테지만, 그것보다는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도착한 동대문은 수많은 사람들과 밝은 불빛이나 네온싸인으로 대낮같은 광경을 연출합니다. 여기 저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높이도 헤아릴 수 없는 검은 봉다리를 잔뜩 실은 지게들, 하나라도 더 팔려는 수많은 소리들...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그런 모습들 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감상할 시간도 없이 어머니의 움직임도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등 뒤에 맨 가방은 여기 저기 이동하고, 옷들이 채워짐에 따라 커져가고, 잘못하면 가방과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갈 그런 모습이 되어 버리죠. 가방안에 다 못채워지면 검고 투명한 봉지들이 가방에 하나둘씩 매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쇼핑이 다 마무리되면 마지막으로 이모가 운영하는 도매상으로 갑니다. 어머니와 이모는 잠깐 얘기를 나누고 일어서서 집으로 다시 향하죠. 수진리 고개에 도착을 하면 어느새 해는 뜨고 6시나 7시 정도 되었던 거 같습니다. 녹초가 되어 바닥에 누워버리고 자는둥 마는둥 하다 학교에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평화시장은 적어도 군대다녀오기 전까지 그런 곳이었습니다. 



평화시장의 삶과 오래된 기억

수많은 사람들이 살기위해 모여들고, 폭이 2미터도 안되는 미로와 같은 작은 통로들, '지나가요~ 비켜요!' 외치는 우락부락한 아저씨들, 여기저기서 흥정이 이뤄지는 목소리들, 가방을 등에 맨 수많은 사람들... 삶의 고난만이 보이는 그런 곳으로 생각을 해왔죠. 

군대를 제대하고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 다시 찾은 평화시장은 이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습니다.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층의류상가 등이 주변에 세워지고 그에 따라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쇼핑공간 내지는 문화의 거리로 변하기 시작했죠. 

최근에 다시 찾은 이곳! 평화시장은 어땠을까요? 

10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젊은사람들이 없는 그 자리를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채워주고 계셨죠. 부모님들이 한 참 젊으셨을 때 살기 위해 또는 문화를 위해 모여들었던 그곳에 다시 모여들어 그때의 이야기들을 하시는 듯 했습니다. 아마도 그곳에서 그분들은 옛 추억과 삶을 기억해 낼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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