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체험, 리뷰

올드바이크 대림 핸디(Daelim handy) 시승기, 클래식바이크, 모페드, 리버티(Liberty), 핸디의 가치

라운그니 2016. 2. 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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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핸디는 1980년대 초반 대림에서 출시되어 2000년 초반 단종된 모터사이클이다.


모델명은 DK50, 모페드 타입에 얄상한 형태이며 스포크휠, 드럼 브레이크, 킥 페달 등 

올드바이크, 클래식바이크의 형식을 잘 채용하고 있다. 


현재 핸디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20년 정도 세상에 선보인 녀석이지만 자세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물론, 여러 올드바이크 관련 카페를 보면 관련 정보가 있지만 다 조각조각 흐트러져 있다.

그래서 지금 세대들이 핸디를 어렵게 구하더라도 제대로 관리,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순정부품도 구하기 어렵고 호환부품 등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어 애먹기 일수다. 


그런데도 요 핸디를 끝까지 소유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핸디는 대림에서 국내 최초로 만든 모페드 형태의 바이크다. 

약 20~30년전에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정도로 아주 세련된 모습을 구석구석 갖추고 있다.

미니벨로 자전거처럼 타기 쉽고 스쿠터처럼 운전이 아주 편안하다. 

50cc 2T 엔진의 한계가 흠이지만 나름 쾌적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금 소개할 이 녀석은 85년식으로 핸디중에서도 초기에 생산된 모델로 약 30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약 2주 정도 타오고 있는데 짧은 시간동안 타본다고 핸디를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시간동안 핸디를 타고 느껴본 소감을 적어볼까 한다.






#2. 제원 및 사양


먼저 핸디의 제원을 살펴보도록 하자. 


ㅁ 크기 : 1,745mm x 680mm x 1,030mm

ㅁ 축간거리 : 1150mm

ㅁ 시트고 : 750mm

ㅁ 건조중량 : 64kg 

ㅁ 엔진형식 : 공냉식 2 스트로크

ㅁ 배기량 : 49cc

ㅁ 연료탱크 : 5.4L

ㅁ 변속기 : 자동 2단

ㅁ 브레이크 : 앞, 뒤 드럼 브레이크

ㅁ 타이어 : 앞)2.25-17 뒤)2.25-17


위 제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전거처럼 작고 타기 편한 바이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핸디는 슈퍼커브나 dh88과 같은 언더본처럼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집중되어 있고,

시트고가 낮아 발착지성이 좋아 바이크를 처음 타보는 사람도 금방 익숙해 질 수 있다.


핸디는 스쿠터처럼 기어 변속이 필요없다. 자동 2단으로 스로틀을 열면 속도에 따라 기어가 변속된다.


핸디의 전체적인 아웃라인은 전형적인 모페드 타입이다. 

하지만 자전거 페달은 없는 형태다.


오로지 엔진의 힘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모페드형 언더본 스쿠터라고 할 수 있겠다.


도로로 타고 나가면 은근 주위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2T 특유의 엥엥거리는 배기음이 한몫하겠지만 그보다 핸디의 모양이 더 눈에 띄는 편이다.









옆 모습을 보면 균형이 잘잡힌 라인을 볼 수 있다.

17인치의 스포크 휠이 바닥을 잘 붙잡고 있고, 그 가운데 엔진이 중심에 있다.

앞 쇼바와 뒷 쇼바가 삼각형 모양으로 가상의 꼭지점을 이루고 있다.

낮은 시트와 높은 위치의 핸들. 정말 보기만 해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핸디는 두가지 모델로 출시가 되었는데, 이 녀석은 셀모터가 장착되어 있는 핸디 DLX 모델이다.







핸디의 앞모습을 보면 옆에서 볼 수 없는 다른 라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네모난 형태의 딱부러진 라인들이다. 








헤드라이트를 시작으로 계기판, 윙커(순정 윙커는 네모나다), 연료탱크 등 모든 부위가 네모나다.

올드바이크에서만 볼 수 있는 선인 셈이다. 그런데, 이 선들이 그다지 딱딱하지 않고 보기에 좋다. 


아마 이 맛이 바로 올드바이크의 매력이지 않을까. 

보기에 전혀 어색하지 않는 모양세인 것이다.








핸디의 오른쪽, 왼쪽 핸들에 달려있는 레버는 앞, 뒤 브레이크다.

왼쪽 핸들에는 헤드라이트 온오프 스위치, 방향지시등 스위치, 빵빵이, 초크레버가 달려있다.

오른쪽 핸들에는 스로틀과 셀모터 시동 버튼이 달려있다. 저 동그랗고 빨간 시동 버튼을 보라. 

온통 시커먼 부위에 포인트를 줌으로서 지루함을 걷어냈다. 

어서 누르고 라이딩을 즐기라는 의미일까.








계기판 또한 네모진 형태다. 저 계기판은 아주 초기에 생산된 핸디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장착된 계기판의 질감이 더 올드한 맛을 주긴한다.

계기판 아래로 보이는 이그니션키. 저 온(쩜) 위치에 빨간점을 찍고 싶다.





 



이어서 연료탱크. 저 연료탱크의 용량은 제원상 약 5.4L. 

그런데, 실제 그 정도 양은 안들어가는 것 같다. 

연료캡 위에 순정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잘 읽어보면 라이더가 꼭 지켜야할 것을 아주 잘 적어놨다.








시트를 올리면 오일탱크가 보인다.

핸디는 2T 엔진으로 기름과 오일이 혼합되어 같이 태우는 형태다.

이 오일탱크내에 2T용 엔진오일이 있는지 없는지 자주 확인해 줘야 한다.








17인치 앞 스포크 휠과 드럼 브레이크. 요 녀석의 경우 앞 브레이크가 잘 잡히지 않는다. 

브레이크 레버를 꽉 잡아야 그나마 제동되는 느낌인데, 나중에 점검해 봐야 겠다.

그리고, 저번에 알투엠 모터스에서 오버홀한 앞 쇼바. 

오버홀하고 몇번 타봤는데 앞쪽이 기우는 느낌 등이 없어지고 조향이 잘 되는 느낌이다.








이어서 엔진. 

핸디는 50cc 단기통 공냉식 엔진이 달려있다. 

50cc 2T 엔진의 경우 주기적인 오버홀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약 10,000 ~ 15,000 km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너가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잘하면 오버홀 없이 잘 탈수도 있다고 한다.








녀석의 경우, 소기어와 대기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좀 더 타도 된다고 하는데, 2,000km 내에는 교체가 필요할 것 같다.

핸디 소기어, 대기어 순정 사이즈는 각각 12T, 44T다.








핸디의 머플러는 다른 2T 바이크처럼 챔버가 거의 보이지 않고 길고 얄상한 형태다.

2T 특유의 앙칼진 소리와 스로틀 반응에 따라 엥엥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핸디의 킥 페달 모양은 저렇다.

킥 페달 주위에 세월의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3. 올드바이크 핸디 100km 시승기


친척 동생이 약 3달전 가져온 이 녀석은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비교적 제치에 맞는 부속이 달려있었지만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 가져와서 앞 쇼바 및 엔진하부 누유, 스로틀 리턴 등이 되지 않아 수리가 필요했다.


안양 서진바이크에서 위 작업을 했지만 한달을 못넘겨 앞 쇼바 누유가 계속되었고

스로틀 리턴 부분은 수리조차 되지 않았다. 


약 2주전 내가 자주 다니는 알투엠모터스에서 앞 쇼바 두쪽 오버홀, 스로틀 파이프 가공, 

셀 모터 교체 등 주행에 문제가 될 만한 것 등을 점검, 수리를 완료 하였다. 







전반적인 수리를 마친 이 녀석을 타고 지난 주말 물왕리저수리에 다녀왔다.


세워둔지 몇일 밖에 안됐는데 시동을 터트리기가 쉽지 않았다.

킥 페달을 10회 정도 찼나? 드디어 엥엥~ 거리면서 시동이 걸린다.








머플러 밖으로 하얀연기를 엄청 내뿜는다. 

그나마 1~2분 이내 정도 지속되고 아이들링이 안정화되었는지 고른 엔진음을 들려준다.


녀석을 올라타 서서히 스로틀을 열어봤다. 

에~엥 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에~엥 거리는 소리가 무척 경쾌하다.

도로로 나가 스로틀을 더 열어봤다.


핸디는 20~30km/h 에서 2단으로 넘어간다. 

그 속도에서 약간 주춤하는 구간이 있는데, 그 때 2단으로 변속되는 듯 하다.

좀 더 강하게 스로틀을 열면 약간의 변속충격과 함께 파워밴드 구간이 시작되는데 이때 가속감이 느껴진다.

그때부터 40km/h 이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번에 내가 녀석을 타면서 스스로 속도 리밋을 걸고 탔는데 약 60km/h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계기판상 평균 50km/h ~ 55km/h 정도로 달렸는데 정말 딱 감성을 느끼기에 적당한 속도다.

그 속도에서 핸디의 주행 느낌, 배기소리와 주위 풍경, 도로상태 등을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핸디의 주행감은 내가 지금 타고 있는 dh88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부드럽게 도로를 따라 흘러가는 느낌이랄까. 


끈적한 로드홀딩은 부족했지만 타는 것의 기본기는 충실한 느낌이었다.

코너에서 비교적 잘 기울어졌고, 세우기도 편하며 

스로틀을 열면 그에 따라 에~엥 배기음을 내뿜으며 빠르게 가속할 수 있었다.

물론, 배기량이 더 높은 바이크와 비교할바는 못된다.


이 녀석은 뒷 브레이크에 비해 앞 브레이크 제동력이 많이 부족했다.

참고로 뒷 브레이크는 완전 칼같이 잡혔다. 

그래서 뒷 브레이크를 먼저 살짝 잡고, 앞 브레이크를 강하게 잡는 식으로 제동했다.








게다가 스로틀 리턴을 수리하고 이 녀석을 타봤을때 

스로틀 개방량에 따른 가감속이 세밀하게 조절되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해 50cc 2T 바이크임에도 엔진출력의 세밀한 조정을 할 수 있음으로서

바이크의 안정성 및 밸런스를 비교적 잘 갖춘 녀석이라 판단되었다.


50cc 2T 엔진을 가진 바이크의 경우 4T 엔진에 비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각종 부속 내구성이 약해 오랫동안 주행이 어렵고 쉽게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가 많다.


하지만, 2T 바이크를 직접 경험한 오너들에 의하면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오너에 따라 관리하기 나름으로 4T 바이크처럼 오랫동안 먼 거리를 주행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한 소문이 퍼진 건 관리가 잘 안된 바이크를 구입하기도 했지만 

정작 본인도 2T 바이크에 대한 잘 못된 인식과 제대로된 관리 또한 하지 못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거다.

엔진 리빌트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던지 엔진이 소모품이라던지 다 잘못된 선입견이라는 것.


솔직히 나도 이 녀석을 타면서 걱정이 많이 됐다.

동생이 타보라고 빌려주긴 했지만 혹시나 주행하다 멈추면 어쩌지 그런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물왕리저수지를 다녀오면서 그런 걱정을 했는데 혹독한 환경에서도 잘 버텨줬다.

참고로 혹독환 환경이란 영하 6도의 날씨였고, 저수지가 다 얼었을 정도니 더 추웠을 듯 하다.

게다가 오프로드 길이었으니 녀석에겐 좀 부담되었을 거 같다.


물왕리저수리에서 집으로 가면서 녀석에게 믿음이 갔다고 할까.

좀 더 탈 기회가 되면 분당까지 출퇴근을 해보고 녀석의 내구성을 테스트해보고 싶다.


밖에 세워두니 시동이 잘 걸리지 않지만 올드바이크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너무 완벽한 것만을 바래서는 안될 것 같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진짜 사람처럼 어딘가 몇 곳은 헐겁고 느슨한 곳이 있어야 사랑스럽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보면 이 녀석은 그 기준에 딱 맞다. 구수한 사람냄새가 난다고 할까.






#4.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얘기했지만 핸디는 제대로 정리된 정비 내역이나 운행 이력을 찾을 수 없다.

바이크를 예전부터 타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핸디를 타봤겠지만 오랜 시간 함께하지는 못했던 거 같다.

뭐, 오랜시간 함께했어도 제대로 관리가 안되어 다른 사람 손에서 폐차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녀석의 앞 쇼바 리데나도 제 것이 있어 교체를 한 것이 아니라 

복원후 장착을 했으니 부속품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핸디 정보가 'Daelim Liberty' 라는 이름으로 수출되어 

구글에서는 수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영문 매뉴얼도 PDF 파일로 제공되고 있었다.

http://www.dmc.co.kr/eng/pdf/owner_liberty.pdf


심지어 아르헨티나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메르카도리브레(MercadoLibre)에서는 다음과 같이 부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언제적 정보인지는 확인 불가능)


2007년도 이륜차신문 기사를 참고해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1980년대 초반 대림에서 개발한 핸디는 국내에서 파워부족 및 텐덤의 어려움 등으로 판매가 부진했지만 

199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식되었다. 


왜냐하면 당시 패밀리 바이크가 전체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대부분의 패밀리 바이크가 킥스타터 방식, 1단 기어만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림 핸디(수출명 리버티)는 매우 차별적인 제품이었고 

현지 이륜차 메이커와의 경쟁 속에서도 품질 우위를 통해 순식간에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어느 지방 소도시에 가면 온 가족이 핸디 한대씩 가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하니 

당시 핸디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었다. 


현재까지도 코르도바 지방에 가면 주행거리가 10만km 넘은 핸디를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런 낡은 핸디를 타고 있는 아저씨에게 ‘오래 타신 것 같은데 바이크 마음에 드세요?’ 

라고 물으면 연실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아마도 그분의 핸디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의 표현이리라.'


이렇듯 핸디는 2000년 초반까지 '리버티' 라는 수출명으로 생산되었는데

아직까지 온라인 사이트 등에는 핸디 관련 부품들이 조금씩 거래되고 있는듯 보인다.


뭐 그런 곳에서 주문하면 배보다 배꼽이 크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해야 이 녀석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앞 쇼바 리데나 처럼 모든 부품을 복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5. 시승기를 마치며




좋은 바이크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어느 누구나 조정하기 쉽고, 타기 편하며 부드러운 주행감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안정성 및 적절한 출력을 정확한 시점에 끌어내는 바이크가 아닐까.


반드시 고출력 바이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접근해보면 핸디가 좋은 바이크의 조건을 몇가지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올드바이크고 성능은 보잘 것 없지만 나름 바이크의 본질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언제 어디서 어느 누구나 타고 즐길 수 있는 사실 말이다.


그것이 바로 핸디의 가치이자 매력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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