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 영화를 연달아 보게 되었다.
두 영화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천재를 다뤘다는 것. 뭐 그렇다는 얘기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 에서는 발렌타인이, 이미테이션 게임에서는 앨런 튜링이 그들이다.
두 천재 모두 망상가들이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들만의 세상에 갖혀있는 인물들이다.
하나는 허구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이지만 이 천재들은 그들만의 이상을 펼친다.
하나는 그릇된 방법으로 세상을 구하려 하지만, 다른 하나는 평화적으로 세상을 구하려 한다.
발렌타인은 지구를 구한다는 대의는 옳지만 그 방법이 틀렸고
앨런튜닝은 전쟁을 끝내기 위해 다수의 희생이 더 필요하다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어찌보면 두 인물 모두 과거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살아온 사람들이고
모두 얄미운 모습을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두 천재들 옆에는 그들을 보듬아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협력하는 조언자가 있다.
발렌타인은 가젤이, 앨런튜닝은 조안이 바로 그들이다.
영화를 보면서 주요인물 보다 그 두 조언자가 더 흥미로웠다.
킹스맨에서 가젤은 그 어떤 캐릭터보다 특별했고 매력이 넘쳐 흘렀다.
그녀가 왜 발렌타인 옆에서 암살자가 되어야 했는지 그 뒷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그리고, 조안 클라크.
영화에서는 앨런튜닝 이야기가 주로 나오지만, 그녀의 이야기도 알고 싶었다.
앨런튜닝보다 더 위대한 인물이 아마 조안 클라크가 아닐지 생각해 본다.
영화에서도 나온 것처럼 그 당시 여성의 위치에서 남자들 틈에 섞여 암호 해독학자로서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없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럼에도 그녀는 에그니마 해독팀에서 핵심역할을 했다고 한다.
1947년 그 공헌을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고, 오랜 세월후 1996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실제로 앨런튜닝과 조안 클라크는 약혼 사이였다.
조안 클라크는 보통 여성들과는 다르게 논리적이고 당당하며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앨런튜닝을 정신적으로 사랑했고 진심으로 그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둘은 얼마가지 못해 헤어지고 아쉽게도 앨런튜닝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만약 앨런튜닝과 조안 클라크가 서로 끈을 놓치않았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장르와 배경이 다르지만 두 영화에서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그럼 각각 두 영화에 대한 느낌점을 덧붙여보기로 하겠다.
1.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평가 : ★★★★☆
이 영화에서 주요인물은 당연히 콜린 퍼스가 연기한 해리 하트다.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에서 각 기사들의 이름을 킹스맨 코드네임으로 불르는데 해리는 갤러해드로 불린다.
킹스맨에서 해리는 전설적 베테랑 요원으로 풋내기 에그시보다 더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어쩌면 킹스맨 비긴스라는 제목으로 해리를 더 조명하지는 않을까.
렌슬롯의 후임으로 각 킹스맨들이 추천한 요원들은 코미디 배우에 가까웠다.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것인지 목표가 없어 보이고,
그저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얼렁뚱땅한 모습들이었다.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것을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은 영화 초반 격투씬에서 잔혹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잔인한 분위기를 후반에는 코미디로 반전시킨다는 것, 그것도 음악과 함께 아주 절묘하게 말이다.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격투씬과 같은 역동적인 장면에서 셔터스피드를 낮춰 촬영한 것처럼
이미지 잔상이 맺히고 딱딱 끊어지는 화면들이 있었는데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분량 특히, 어떻게 지원자들이 베테랑 요원들로 변해가는지 그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킹스맨은 첩보, 액션을 표방했지만 사실 코미디에 더 가깝다 하겠다.
한가지 더 덧붙여보자면 사무엘 잭슨이 연기한 발렌타인은
가벼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잔인한 악당역을 정말 잘한 거 같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후기작을 많이 기대하는데 난 후기작보다 해리 하트의 이야기가 더 기대된다.
그게 아마도 첩보, 액션에 더 가깝지 않을까.
아, 한가지 더.
영화에서 미국 드라마나 영화 얘기가 나오는데 이미 봤던 거라면 웃음코드를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2. 이미테이션 게임
평가 : ★★★★☆
내가 이 영화에서 별로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천재이기 때문에 사회 부적응하거나
뭔가 성격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라고 확정지어 보여줬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더 감췄을 수도, 더 오버해서 표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에 바탕뒀다고 해서 우스꽝스럽고 바보스러움을 강조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혹시 앨런튜닝의 천재성을, 그 업적을 더 치켜세우기 위한 장치였을까?
사실 딱히 이 영화에서 흠잡을 것은 별로 없을 듯 하다.
이런저런 흠집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키이라 나이틀리 두 배우의 연기력에 묻혀버린 것 같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감정을 억제하고 가녀린 모습과 마음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는데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정말 동성애자라고 착각할 뻔 했다.
키이라 나이틀리 또한 지적이고 당당하며 남자라면 누구든 갖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정말 이 둘은 영혼이 이어준 소울메이트처럼 다정함, 친근함, 사랑스러움을 온 몸으로 잘 보여준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 두 배우들 때문에 더 슬픈 영화일지도 모른다.
결국 앨런튜닝과 조안 클라크가 너무 안스럽게 느껴지는 이유이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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