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울프 클래식으로 약 500km를 주행하게 되었다.
사실 몇일밖에 주행하지 않았는데 울프 클래식으로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다.
출퇴근은 기본에 안산 티라이트, 광명 ktx 근처 공터, 북악스카이웨이 등.
사실 데이스타125로 약 2,600km를 주행했으나 대부분 출퇴근이었고,
매주 주말 물왕저수지를 다녀오긴 했지만 울프 클래식 만큼 다양한 곳을 다녀온건 아니다.
데이스타125와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채 보낸게 아쉽긴 하지만
나이가 더 들면 안락한 아메리칸 모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느긋하고 편안함보다 좀 더 빠르고, 재미있는 녀석이 더 좋은 거 같다.
그러다 훅 갈 수 있지만 항상 방어, 안전운전을 게을리하면 안되겠지...
지금까지 두번의 포스팅에서 울프와 데이스타125를 비교해 봤는데,
그 글로 울프 클래식의 성능 얘기를 대신하고자 한다.
http://raungni.tistory.com/885
http://raungni.tistory.com/887
이 글에서는 얼마전 찍은 사진과 함께 울프 클래식의 감성적인 부분을 얘기해 볼 것이다.
사실 클래식 바이크 장르는 빠른 속도를 즐기기 보다 여유로운 속도로 동동거리는 배기음을 느끼며 타는 거다.
요즘 나오는 클래식 바이크는 60 ~ 70 년대 바이크 사양과 비슷하게 외장이 꾸며지고
심지어 엔진이나 몇가지 기능도 그에 따른다.
울프 클래식의 경우 지금 대부분 바이크에 없는 카뷰레이터, 킥 페달이 달려있고,
드럼타입의 뒷 브레이크, 스포크 휠과 튜브 타이어를 갖추고 있다.
킥 페달 보다 셀 모터 사용 빈도가 더 많지만
아니나 다를까 요즘 날씨에 시동이 단번에 걸리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킥 페달을 사용해줄 정도는 아니어서 아직 셀로 충분하다.
인젝션 형식과는 달리 혼합기가 자동으로 조절안되기에
아침에 시동을 걸면 푸드득 거리는 불규칙적인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와 함께 배기음 또한 두둑 두두둑 하며 시동이 죽을듯 말듯 하고
RPM 게이지 또한 1,000 이내에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는게 안쓰러우면서도 참 재미난 과정인데,
RPM이 어느정도 올라차고 시트에 앉아 기어를 변경하고 출발하면
언제 그랬냐듯이 그 자그마한 차체에서 놀라운 힘과 배기음을 뿜어낸다.
울프 클래식의 계기판은 총 세개. 삼각구도로 위치해 있다.
왼쪽은 마일리지와 구간계, 속도계이고, 오른쪽은 RPM 게이지,
재일 위쪽은 기름게이지와 기어N 표시, 상향등, 방향지시등을 나타내고 있다.
계기판 안쪽 위에 그린 라인이 덧되어있어 키를 돌리면 슬며시 녹색빛을 띤다.
시안성은 그리 좋지 못하지만 뭔지 모를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도로에서 녀석을 잠시 세우고 뒷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바이크의 라인이 간결하고 속살을 다 들어내서 별 꾸밈없이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저 푸른 LED로 엔진부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 옛날 흑백사진으로 찍었다면 이런 모습이었으리라.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도로를 지나며 적당한 장소에 세우고
적당한 구도로 아무렇게나 찍어도 멋지게 나올 수 밖에 없다.
클래식 바이크가 대부분 그렇듯 울프 클래식도 그런게 아닐까.
내가 즐겨찾는 물왕저수지 노상 커피샵.
저렇게 색깔바랜 트럭내부를 개조해 커피를 뽑아내고 있다.
요 근처에는 저런 트럭이 세대 정도 있지만, 문을 연 곳은 저 트럭뿐.
늦은 밤엔 사람이 별로 없다.
울프 클래식은 크롬 부위가 상당히 많다.
앞 뒤 휀더, 스포크 휠, 그립 끝부분, 쇼바, 텐덤바, 머플러 덮게 등.
즉 그만큼 관리해줘야 할게 많다는 얘기다. 특히나 저 스포크 휠의 살 부분은 관리하기 쥐약이다.
조금만 게을리 관리하면 떼가 잔뜩 껴서 광을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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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클래식의 사이드 미러는 작은 세상을 담고 있다.
멋을 내기위해 저렇게 작은 사이드 미러를 달아놨겠지만, 운전자는 시야에 한계를 경험한다.
하지만, 울프 클래식은 사각 미러든 둥근 미러든 뭐든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
다음 기회에 적당한 크기의 사각미러를 달아봐야 겠다.
내가 좋아하는 도로. 물왕저주지를 오갈때 항상 지나치는 도로다.
끝과 끝 거리는 약 2km 남짓. 낮에도 차가 뜸하게 다니는 곳이다.
보면 볼수록 어느 장소든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현대 기술을 담고 있지만 예전 바이크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다분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하던가? 아마 울프 클래식에게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지금의 바이크는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기능들을 탑재하고 있다.
그 정도로 사람의 의지가 많이 필요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바이크 스스로 조절한다는 것.
안전을 위한다고 하지만(안전도 중요하지만) 바이크의 본질을 흐리는 것은 아닐까.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 바이크가 첨단 장비로 꾸며지고 있는 현실앞에서
지금의 클래식 바이크 장르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역사가 그랬듯 옛것으로의 회귀는 언제듯 있어왔듯이 이것 또한 그렇지 않을까.
울프 클래식을 약 500km 가까이 타면서 나에게 맞는 바이크가 뭘지 생각해 봤다.
아직 많은 장르를 타본 건 아니지만 이 녀석 만큼은 끝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른 아침에 시동성이 좋은것도 아니고, 수납성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카페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도심에서 언제 어디든 빠르고 쉽게 이동이 가능한 모터바이크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
거기에 보기에도 좋다면 더 할 나위 없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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