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3세대 MK3 골프 1.8GL 입양하다, MK3 골프에 대한 단상

한동안 그렇게 좋아하던 자동차는 뒷전으로 지난 몇개월간 모터바이크에 집중을 해왔다.

사실 작년 2월쯤 가져온 BMW e36 투슬리스는 거의 복원이 끝났고 가꿔줄 차가 없었다는게 그 이유였을까

아니면,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그만큼 식었기 때문이었을까.

암튼, 자동차를 좋아하던 그 열정을 모터바이크로 불태웠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자동차 보다 모터사이클이 몇 배는 더 재밌고, 

내 가슴을 뜨겁게 하는데 충분하다는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그 성질은 아직 못버렸나 보다.

특히, 오래된 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보다 더욱 세심해 졌다고 해야할까.

지난 1년간 올드카를 직접 관리하고 운행하며 쌓은 경험은 다른 올드카 복원에 대한 욕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옛날차를 몇일 전 입양해 왔다. 

이 녀석은 e36 투슬리스와는 다른 감성을 가진 듯 하다.

같은 독일 출신. 곧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e36 과는 다르게 

이 녀석은 아니, 이 여인은 여린 여성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고 해야할까. 

그렇다고 한없이 부드러움은 아닌 투박하고 거친감도 보여줬고, 

사이드 미러에 비친 지금의 세대들에서 느낄 수 없는 

중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녀석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으며...

과거의 기억속에나 있을 법한 물건들을 다시 꺼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아날로그 버튼감을 느낄 수 있는 저 폰트와 동그란 버튼. 

L를 누르면, R이 툭 튀어나오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전해오는 가느다란 진동.

옛날차에서나 볼 수 있는 핸들 위 비상 스위치.

역시 유럽차 아니랄까봐 붉게 깜빡이는 번뜩임도 볼 수 있었다.

그와 함께 똑딱 똑딱 거리는 저 듣기좋은 소리는 내가 녀석을 움직이고 있다고 더 느낀다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세대의 자동차와 다르다는 증거.

이 녀석이 좋은 이유는 아주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이 것.

숨길필요없이 고스란히 자신의 속껍질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딱딱하고 볼품없지만, 쫙 짜여진 저 거친 마감은 지금의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는 디테일.

요 귀엽게 생긴 둥그런 버튼.

딱 드러나게 만들어 뭐에 쓰이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만큼 실용적이고 직관적인 디자인이라는 것.

녹색 빛으로 이 녀석은 실내를 감쌋다. 저 기어 포지션. 보면 볼수록 멋지다.

계기판의 녹색 물결. 

안쪽에서 쏘는 빛이 아닌 반사판 빛이라고 해야할까. 은은한 녹색 빛이다. 

이 녀석의 현재 킬로수는 98,626km. 입양해오면서 내가 탄 거리는 약 35km 정도.

바로 이 녀석. 3세대 MK3 골프다. 

97년식 MK3 골프 1.8GL 후기형 모델. 앞으로 이 녀석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