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골 시제에 다녀왔다.
올해는 BMW e36, 투슬리스와 함께다.
전라도로 내려가는 길에 지난 8월말 사브 9-3 에어로, 라브를 사진에 담았던 같은 곳을 들릴참이었다.
그때, 해가 뜨는 시각에 바라본 그 여명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는데,
이번에는 투슬리스를 사진에 담아볼 예정이다.
그리고, 이번이 투슬리스를 입양하고 최장거리 운행인데,
지금까지 수리나 정비비로 돈을 들일만큼 잘 버텨줄지 그것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BMW e36 투슬리스. 세월이 무색할 만큼 만족한 주행감을 보여줬다.
평균 110km/h 에서 최고 135km/h 까지 밟아봤는데, 오래된 차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 이상도 가능했지만, 혹시나 해서... ㅎㅎ
그리고, BMW 후륜의 그 담백한 코너링. 어디하나 날림없이 라인을 따라 쭉 치고 나갔다.
암튼, 최신년식 중고 경차를 뽑을 정도로 돈 쏟아부운게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연비는?
수원에서 함평까지 편도 300km 주행시 약 25L 소요. 딱 12km/L 가 나온다.
오래되고 6기통이 얹어진 차에 이정도 연비면 괜찮다.
#1.
새벽 5시를 넘어 수원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약 7시 20분쯤 동이 튼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라브를 찍어던 청양주차장에 가도 그 시간 전일 것 같다.
신나게 달려 도착한 청양주차장.
역시나 차들이 얼마 없다. 하지만,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헤드라이트와 안개등을 켜놓고 일단 한장을 담았다.
그리고, 미등만 켜놓고 한장 더. 이것이 바로 BMW e36 투슬리스의 본 모습.
은근히 이런 으스름하고 세기말적인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린다.
동트는 분위기에서 찍어주고 싶었지만 아쉬운데로 다시 가는길을 재촉했다.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고 부안에 다다를 쯤 해가 뜨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다. 철새들의 행렬이 저멀리까지 이어졌다.
으... 내가 운전만 하지 않았어도 더 멋진 사진을...
이 순간을 놓치기 싫었는데, 운좋게도 부안주차장이 보였다.
해가 딱 지평선을 넘어 쭉 치고 올라가려고 한다. 이 순간도 약 30분 이내면 사라진다.
이곳 부안주차장도 마찬가지로 한산하다. 가운데 떡하니 주차하고 사진기를 들었다.
그리고, 막 찍은 사진이 바로 이 것. 으... 정말 아름다운 자태다.
사진이란 정말 이런 멋진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어떤 순간과 함께 배경, 조명 등이 잘 어우러지면 더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이것은 바탕화면용 사진. ㅋㅋ
그리고, 아버지와 e36 투슬리스 사진.
역시 나보다는 아버지와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이곳에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시간관계상 가던길을 다시 이어갔다.
고속도로 주행중 휴게소 외에도 각 지역마다 이렇게 간이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데,
먹거리만 특별히 없을뿐이지 차도 사람도 거의 없어 시끌벅쩍하고 복잡하지 않아 오히려 더 좋았다.
뭐 그렇다고 먹거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너무 이른 시간만 아니면, 편의점이 열려있어서 패스트푸드로 해결할 수는 있었다.
그래도 고속도로 주행시 한번 정도는 휴게소에 들려 출출함을 해결해야 하겠지...
여긴 고창 고인돌 휴게소. 어묵과 커피, 과자들로 간단히 먹고 다시 시골로 출발.
이곳은 학교면이다. 예전 명칭은 학다리.
왜 학다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도 얘기했었지만 원래 이곳에 기차역이 있었다.
하지만, 학다리역(학교역)은 이전을 하고 역명도 함평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벌써 십수년전의 얘기다. 현재 이곳은 사람도 얼마 없고, 그냥 조용한 시골터인 셈.
투슬리스가 주차된 뒷편으로 역이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한장 찍었는데,
이걸 찍은 진짜 이유는 저기 '황혼에서 새벽까지'라는 카페 간판때문이었다.
시골에 내려오면 항상 영산강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는데, 사실 이곳은 볼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함평하면 나비축제가 떠오르겠지만, 지자체에서 같다 붙인 것으로 나비와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다.
그나마 요즘 함평을 얘기하면 '기아 타이거즈 함평구장'이 조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 시골에 놀러가면 항상 들리던 곳은 다름아닌 영산강.
우리 부모님들이나 어르신들 모두 이곳 영산강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나룻배도 돌아다녔고, 고기도 잡고 했던 그런 곳이었다.
항상 이곳을 지나칠때면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있다.
계곡도 깊이 있고 산골짝이었다고... 나무를 하러 항상 이곳까지 산타고 넘어왔다고...
그만큼 고생을 하셨다는 건데, 그 옛 기억이 계속 나신다는 건 아쉬움 또는 추억이 더 마음속에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그런 마음을 담아 e36 투슬리스 사진을 찍어본다.
그리고, 기아 타이거즈 앰블럼이 보이는 함평구장앞에서도 한장 찍고.
영산강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요즘 나오는 차였다면 이렇게까지 감흥은 없을 거 같다.
e36 투슬리스여서 더 크게 작용을 한 듯 싶다.
#2.
언제나 그런 것처럼 시골집에 가기전에 들린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지난 8월 이후로 잡초나 풀들이 참 많이도 자랐다.
이렇게 1년만 나두면 봉분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풀들이 무성하다.
근처에 살았다면 가끔 제초를 할텐데... 라고 아버지가 아쉬워 하신다.
아무래도 내년 설 전에 와서 제초를 해야할 것 같다.
산소에 올라설 쯤 동생도 때마침 도착했다.
가까이 살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날 아니면 보기 힘들다. 몇개월만인가? ㅎㅎ
서로 가정을 이뤄 살고 있으니 안부 묻기도 어렵다.
어렸을 때 주위 친지분들을 보면, 형제간 연락도 없이 사는 모습이 이해가 안되었는데...
우리가 그러고 살고 있다. 사는게 뭔지...
#3.
e36 투슬리스와 동생차 갤로퍼 이노베이션과 나란히 주차를 하고 시제를 모시는 선산에 올랐다.
이미 집안 어르신들이 모이신 상태였다.
하지만, 작년 멤버 어르신들과 작은집 형 두분만이(연배가 높으신) 더 오셨다.
우리 나이 또래의 젊은 사람들은 동생과 나 외에는 없다.
나도 내년이면 블혹의 나이인데...
집안 어르신들이 많은 걱정을 하신다.
70~80대 어르신들이 잇고 있는 시제를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받아서 치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거의 대부분 자손들이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고 있다.
또 시제에 참석을 하더라도 모시는 방법을 잘 모르기때문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사진으로 모든 장면을 다 찍어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지 않는 이상 잘 모르는 것이 바로 이런 전통 제사다.
어쨌든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시제는 합동 제배를 여러차례하고 끝을 내고
동네 어르신들 모두 모셔놓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을 갖는다.
작년에도 봤었던 동네 강아지(지금은 개)도 모이고, 집. 도둑 고양이들도 모두 모여든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의 푸근한 모습이다.
#4.
오후 3시 넘어 출발하기전 우리 세부자 사진을 시골집에서 담아봤다.
그리고, 집으로 출발.
동생과 고창 고인돌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헤어지기로 하고 다시 이곳에서 랑데뷰.
난 우동을 시켜먹고 배속을 따뜻하게 해줬다.
동생과 인사하고, 아버지와 난 수원으로 출발. 동생은 서김제로 빠진다.
먼 타지에서 고생이 많은 동생. 12월이 지나 조카들 겨울방학이 되면 다시 볼 수 있겠지.
암튼, 수원으로 향하는 중 높고 맑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너무 멋져서 요 장면을 찍고 싶었는데, 운좋게 또 임시 주차장 발견. ㅎㅎ
e36 투슬리스를 배경으로 한장 찍어주고, 다시 수원으로 출발.
그런데... 너무 막힌다. 20~30km/h 속도로 거북이 거름이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을 타기위해 서천-공주로 들어섰는데, 이때부터 엄청 막힌다.
결국, 저녁 10시가 다 되어 도착. 7시간 넘게 운전했다. 다리에 마비가 오는 줄...
그렇게 올해도 무사히 시제에 잘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시간 아무 문제없이 장거리를 뛰어준 e36 투슬리스, 녀석에게 고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