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시승기

푸조 306XT 짧은 시승기, Peugeot 306, 올드카

라운그니 2013. 1. 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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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덕이와의 첫 만남. 

(쑥덕이는 차주가 지은 이름)

물론, 첫 만남은 아니다. 예전에 한번 본적은 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과 속살은 보지 못했었다.

사진 하나 없는 시승기이고 아직 쑥덕이가 내게로 온것은 아니지만

어제의 그 느낌을 남기고 싶었다.


차주를 만나 쑥덕이가 있는 근처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주는 모터스포츠를 즐기는 매니아다.

그의 빅스쿠터 뒤에 타고 예전에 봤던 그 녀석을 보러간다는 흥분보다 

스쿠터의 거침없이 달리는 그 느낌이 좋았다.


약 10여분 이상을 달렸을까. 

지하 주차장에 도착, 쑥덕이 앞에 내렸다.


처음 봤던 그 기억이 이런 것이었을까? 

이뻣다. 예전 푸우는 괴상하게 이뻣지만, 이 녀석은 그냥 예쁜차였다.


차주가 이 녀석의 단점에 대해 설명을 한다.

뭐가 문제가 뭐가 이상이 있다는 말들.


하지만, 외 내장을 봤을때 차주 말대로 지저분한 것 말고는 문제될 것은 없었다.


올드카라는 것... 하나하나 주위깊게 봐주고 관리하고 고치면서 타야하는 차다.

물론, 올드카뿐 아니라 지금 운행중인 라브나 마티즈도 마찬가지.


쑥덕이의 시동을 걸어본다.

한글로 되어 있는 이 차의 설명이나 사진, 더구나 외.내관

파워트레인에 대한 글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유럽 어딘가의 글을 참고해 보면, 엔진소리가 탱크만큼 크다고 하는데...

역시나 였다. 기계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건 이 녀석만이 담고 있는 소리인 셈인거다.


쿠릉거리는 배기음과 함께 이녀석의 심장소리가 들린다.

시동걸때 처음 들리는 그 배기음.

거짓말 보태 슈퍼카의 배기음이 살짝 들렸다고 할까? ㅎㅎ


일단 조수석에 앉아 차주가 운전하는 쑥덕이의 움직임을 느껴봤다.

약 17년이 지난 차인데도 독특함이 묻어있는 단단한 하체가 느껴진다.


한적한 곳에 다다라 내가 운전석에 앉아봤다.

시트는 직물로 되어 있지만, 몸을 잘 잡아주고 포근했다.

이 그립감이 무척이나 좋은 쫀득한 핸들. 딱 마음에 든다.

역시, 푸조 답다. 

그 독특한 멋은 이미 수십년이 지났어도 지금 나오는 푸조 차들에서 같은 느낌이 든다.


운전석에 앉아 붉은 빛이 감도는 계기판 조명과 실내 조명들,

아날로그적이고 하드웨어적인 조작감이 느껴지는 버튼들,

윈도우 개폐 스위치는 사브 올드 900과 같은 모양이고,

뒷 윈도우 개폐 스위치까지 특이한 위치(센터콘솔)에 있다.


도어트림, 데쉬보드 등 손으로 만져봤다.

잘 마무리된 플라스틱의 느낌이었지만, 

딴딴했기 때문에 그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토기어가 있는 쑥덕이. 기어위치를 D에 놓고 엑셀을 밟았다.

처음엔 엑셀레이터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다. 

발 위로 뭔가 걸리적 거렸는데, 어두워서 뭔지 확인은 불가능했다.

몇번 엑셀에 발을 올려놓고는 제 위치를 기억해 냈다. 


그리고, 출발!

부릉거리는 배기음과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차주가 운전했을때도 느꼈지만, 이 녀석의 움직임은 부드러웠다.

차체가 많이 낮은편이고 서스가 좀 단단한 편인데도 승차감이 무척 좋다.

년식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요즘차에 뒤짐이 없다.


아무래도 올드카이기때문에 급가속이나 급브레이크는 자제를 했으나

제 기능은 제대로 반응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과하게 하는 것은 올드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두가지 테스트는 해봤다. 

롤링 및 코너링. 

예전 푸조 306 광고에서는 물건이 아닌 사람을 세워두고

슬라럼을 하는 광고가 있다.


핸들을 좌, 우로 연달아 돌려봤다.

푸조 고유 서스의 단단함과 안정감이 바로 느껴졌다.

바로 바로 자세를 잡아주는 모습을 보인다.

이 녀석이 어떻게 17년이나 된 차라고 할 수 있을까.


여러차례 코너링을 해봤는데... 물론, 고속 코너링은 아니다.

삐걱거림없이 잘 돌아 나간다. 


푸조 306XT, 쑥덕이는 핸들이 무거운 편이었다.

오히려 난 이게 더 좋았다.


암튼, 약 30여분의 시승과 2시간 넘게 차주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사진과 함께 설명을 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나중에 더 자세하게 리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얘기는 내게로 오기 전까지 쭉 간직할 거다.


아직, 쑥덕이가 내게로 온 것은 아니다.

차주에게 우스개 소리로 쑥덕이 시즌2를 제안했다.

어찌될지 모르지만, 내가 주인이 될 수 없다면 쑥덕이와 인연이 없는 것일 게다.


즐겁고 값진 경험의 기회를 주신 차주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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