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ⅰ/책

[책] 끝없는 이야기

라운그니 2010. 4. 2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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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국민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모아온 책이 현재 약 300여권(?) 정도는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라고 해봤자 군대가기 전까지 였군요.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는 이상하게 책과 멀어 졌습니다. 그전에는 약 십몇년간 책과 함께 살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항상 도서관(성남 희망대 도서관)에 갔었으니까요. 

도서관에서도 책을 빌려오고 길 가다가 고서점에 들려 어린나이에 이것 저것 들쳐보고 괜찮다 싶은것은 마구 샀었습니다. 물론, 읽기도 했지만 너무 어려운 책은 그냥 책장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아온 책이 많아 졌네요. 약 몇 주 전까지 나둘 곳이 없어 박스에 차곡차곡 들어서 있는 상태였습니다. 근데, 지금은 새로운 책장을 마련, 조금 꺼내 다시 책장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 수많은 책 중 제가 재일 아끼는 책이 바로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입니다. 아주 오래된 책이죠. 물론 그보다 더 오래된 책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항상 제 옆에 고히 간직하고 있는 책입니다. 지금도 간혹가다 훌터보며 읽곤 하죠. 이 책은 독일 작가인 '미카엘 엔데'가 쓴 이야기로 1979년도에 발표 됐습니다. 

그 전에 1974년도에는 지금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모모'가 발표되기도 했었죠. '끝없는 이야기'는 모모가 발표되기 전부터 이미 구상에 들어갔고 약 6년만에 발표된 것이었습니다. '끝없는 이야기' 즉, 미카엘 엔데와의 만남은 어떻게 보면 우연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저희 반의 담임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에게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라 했었거든요. 사진을 걷고 직접 도서관에서 대출증을 만드셔서 우리 모두에게 나눠주기 까지 했죠. 저와 친구 두명은 매주 토요일이면 희망대 도서관을 찾아갔습니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희망대 도서관 가는 길이 두 갈래 였는데, 첫번째 길은 빨리 갈 수 있었지만, 불량배들이 그 길을 지키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는 못갔었죠. 두번째 길은 첫번째 길의 약 세배정도 되는 거리였습니다. 항상 그 두번째 길을 갔다가 어느날은 첫번째 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바로 학교 정문(성남 서중학교)에서 보면 바로 앞에 보이는 층계가 높게 나 있는 길이였습니다. 

그 길은 뭐랄까? 나무가지들이 하늘을 덮고 있는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낮이어도 캄캄했죠. 캄캄했다기 보다는 그늘진 그런 길이었습니다. 그런 일직선의 길을 한참 걷다보니 바로 앞으로 공원이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 공원은 희망대 도서관 바로 위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이었고, 그 길을 통하지 않고서는 찾아갈 수 없는 곳이었던 겁니다. 

반대편에는 희망대 도서관으로 내려가는 층계가 있었죠. 그 당시 기억으로는 너무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그 길을 지나온 것 하며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그 뒤로 저희 세명은 항상 그 길을 이용했고, 그 공원에서 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던 걸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그 친구들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러던 어느날 저 혼자 희망대 도서관을 갔을 때였습니다. 한 녀석은 집에 일찍 가야 한다고 하고, 또 한 녀석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었거든요. 그때 아팠던 걸로 기억되네요. 한참 무슨 책을 빌려볼까 돌아다니던 중 겉표지가 은빛깔이 나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그 책이 '끝없는 이야기' 였죠. 

책이 엄청 낡아 보였습니다. 여기 저기 페이지가 너덜너덜 하고, 금방이라도 책장들이 쏟아질 듯 했죠. 하지만, 그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느 책과는 다른 표지... 그러니까 은빛깔이 난다는 것하며 글자색이 두가지 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흥미로왔죠. 그래서 이것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희망대 도서관을 나오는 길은 항상 아쉽고 외로웠죠. 뭔가가 부족한 듯한 그런 느낌이었던거 같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새로 빌려온 책들을 살펴봅니다. 그리곤 읽어 내려 가죠. 보통 3 ~ 4일 정도 붑잡고 있는데, '끝없는 이야기'는 그날 밤새워 다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읽는 내내 그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들, 생각들 등이 그대로 이입이 됐었습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참 특별한 책입니다. 지금과 저 넘어 보이지 않는 환상의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주는 책이죠. 암튼, 그때 당시 저는 이 책이 무척 가지고 싶어졌습니다. 돌아오는 토요일... 책을 반납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담당자가 반납카드에 싸인만 해주고 책은 확인하지 않더군요. 너무 기뻤습니다. 결국, 그 책은 저의 것이 되버렸습니다.(나쁜 짓이죠... )

그 날 이후로 저는 하나밖에 없는 책의 주인인양 너무 좋아 다른 책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끝없는 이야기'만 품고 살았습니다~ (웃음) 저는 지금까지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에 대해서 몇번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요. 정말 그 누군가가 그 책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책에 대해서는 이야기 조차 하지 않았었죠.(쓰고 보니 좀 이상하네요) 암튼, 시간은 흘러 고 2때 였습니다. 성당활동을 하던 중 후배에게 이 책에 대해 얘기했었습니다. 왜 이야기 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결국, 그 후배에게 제가 그리도 아끼던 '끝없는 이야기'를 빌려 주게 되었죠. 근데, 그 후배... 저 멀리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한없이 슬퍼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곤 다짐했었죠. 다시는 어느 누구에게도 책만큼은 빌려주지 않겠다고요. 

저는 그 날 이후로 고서점을 찾아 다녔습니다. 분명 어딘가에 그 책은 있을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었죠. 주말만 되면 여기 저기 고서점들을 들락 거렸죠. 결국, 찾을 수 없었습니다. 포기하다 시피 했었죠. 그 후, 일년 후 토요일 학생미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있는 고서점에 들렸습니다. 

옛날에 이곳에서 참고서 등과 책등을 싸게 샀었거든요. 그 날은 왠일인지 들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들어서자 마자 뒤쪽 책장에 은빛깔이 보이더군요.(웃음) 바로, '끝없는 이야기' 였던 겁니다. 그 '끝없는 이야기'는 정말 깨끗한 책이었습니다. 너무 좋아 입가에 웃음을 띄며 1500 원인가 내고 구입했었죠.

지금도 이 책은 제 옆에 항상 있고, 여느 다른 책보다 백배 천배 만배...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저에겐 중요한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군대를 제대하고 서점을 가보니 '끝없는 이야기' 라는 책이 다른 출판사로 판권이 넘어가 다시 판매되고 있더군요. 

하나는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것과 또 하나는 비룡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때가 묻어 있는 만큼 예전 1979년도에 나왔던 책만큼은 아니더군요. 

현재 '미카엘 엔데'의 책 중 구하기 어려운 책은 '짐크노프' 시리즈 입니다. 이 책은 1960년대 작품으로 짐크노프와 꼬마기차가 엄마 기차를 찾기위해 여행하는 내용으로 도서관 다닐 당시 '끝없는 이야기'를 읽고 바로 찾아 읽은 책인데요. 지금의 '헤리포터 시리즈' 보다 훨씬 더 잘 된 책입니다. 물론, '끝없는 이야기'와는 비교할 바도 아니죠. 

암튼, '끝없는 이야기'는 청소년 문학, 동화로서 현재 소개가 되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은 아닙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죠. 지금은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내용은 쉬울지 모르지만 그 안에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아를 찾는 것' 이나 '현실세계(지금세계)의 양면성' 등 앞으로 가면 갈수록 변질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변화해야 하는 당위성을 던져주는 책입니다. 

'끝없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고서점의 코레안더 아저씨, 바스티안, 아트레유, 달의 여왕, 푸쿠루... 전 정말 이들을 잊을 수 없을 거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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