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ⅰ/국내음악

어떤날 1, 2집 카세트 테이프 리뷰

라운그니 2021. 10. 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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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날"은 1980년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포크 뮤지션 듀오로 베이스 조동익(조동진의 동생), 기타 이병우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발매한 앨범은 1, 2집 두 장뿐 이지만, 이 두 장의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3위, 6위에 각각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위대한 앨범들이다. 

특히, 이 두 앨범은 "어떤날"의 음악적 특징으로 알려진 '고요한 울림', '조용한 파장'이라는 감성적 표현력과 최고 정상의 연주력, 서정적인 가사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거의 모든 곡들을 조동익, 이병우가 직접 작사, 작곡할 만큼 싱어송라이터의 면모와 사운드 완성도도 높아 각 앨범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떤날 1집은 1986년에 발표한 앨범으로 총 9곡(건전가요 제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곡이 당시 일상을 잔잔하게 담고 있는 곡들로, 포크를 넘어 퓨전 재즈 장르의 경계까지 와닿아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참고로 앨범에 적혀있는 '1960 · 1965’는 조동익과 이병우의 출생 연도를 뜻한다. 

A
1. 하늘
2. 오래된 친구
3. 그날
4. 지금 그대는
5. 오늘은

B
1. 너무 아쉬워 하지마
2. 겨울 하루
3. 비오는 날이면
4. 오후만 있던 일요알
5. 이나라 주인되어(건전가요)

첫곡 '하루'는 여리고 잔잔한 주제 선율로 시작, 이어서 보컬은 소곤 거리듯 노래하고, 중반 신비한 코러스가 나오며 주제 선율이 다시 등장하며 곡을 마친다. 두번째 곡 '오래된 친구'도 '하루'처럼 감수성 짙은 여린 보컬과 이병우의 기타 솔로가 정말 아름다울 정도로 듣기 좋으며 후반 템버린 소리가 너무 정겹게 들린다.


세번째 곡 '그날'은 강렬한 반주로 시작하고 보컬 또한 강한 음색으로 노래를 전개시킨다. 중반 다시 강렬한 기타 리프가 등장, 잔뜩 긴장감을 불어 넣는 락에 가까운 곡이고, 후반 이병우의 화려한 기타 솔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어 '지금 그대는'과 '오늘은'은 이병우가 보컬로 잔잔하고 서늘한 음색을 느낄 수 있으며, '오늘은' 에서 흐르는 후반 기타 솔로는 재즈적인 느낌이 돋보인다.


B면 '너무 아쉬워 하지마'는 초반 1분 이상을 부드럽지만 화려하고 슬픈 기타 선율로 시작하며 제목과 같은 가사가 슬며시 들려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쿵한 느낌이 든다. 이어서 '겨울 하루'는 스산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신디사이져 음향과 기타 선율이 들리고, 서늘한 이병우의 보컬이 들려오며 정말 겨울인 것 처럼 더 차갑게 느껴진다. 


다음 곡 '비오는 날이면'은 다른 곡들과 다르게 밝은 선율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정말 빗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싱그러움이 인상적인 곡이다. 마지막 곡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어두운 기타 연주와 묵직한 느낌의 보컬이 곡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들고 불편하지만 오히려 노래가 진행될 수록 고요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희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어떤날 2집은 1989년도에 발표한 앨범으로 총 8곡이 수록되어 있다.

A
1. 출발
2. 초생달
3. 하루
4. 취중독백

B
1. 덧없는 계절
2. 소녀여
3. 그런 날에는
4. 11월 그 저녁에

음악 평론가 김봉현은 이 앨범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그들의 음악은 들국화처럼 강렬하지도 않았고 김현식처럼 불을 토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소박하고 단정하며 티끌 하나 묻어 있지 않은 순수함의 결정체와도 같은 이 앨범은, 그렇게 은근하고 조용하게 우리 시대의 작품이 되어 남았다. 전작보다 사운드가 더 매끈해졌지만 그 안의 감수성은 여전하다는 점에서 변질이 아닌 발전적 변화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당시의 한국적 정서와는 다른 영미 팝 음악의 세련되고 도회적인 정서를 아련한 멜로디와 탁월한 편곡으로 훌륭히 재현해내었다는 점은 분명한 음악적 성취다"

그만큼 앨범에 수록된 곡 하나 하나가 사운드가 풍부하고, 너무 세련된 느낌이이서 몇십년 전 만들어진 곡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첫 곡 '출발'은 멜로디가 너무 익숙한 나머지 바로 어제 들었던 노래처럼 반가운 곡이다. 처음 반주가 너무 기분 좋고 신나기까지 하다. 하지만, 가사를 음미해 보면 이 얼마나 애처로운가. 


이어서 '초생달'은 잔잔하고, 감성어린 보컬과 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곡이고, '하루'는 전자 음이 주로 쓰인 템포가 약간 빠른 곡이다. 

 

다음 곡 '취중독백'은 무려 8분에 가까운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 애잔한 멜로디로 시작하고 이병우의 스잔한 음색과 80년대 한국의 어두운 모습을 상징하는 가사, 중후반 흐르는 아리랑은 더욱 더 슬픈 느낌을 준다. 후반 이병우의 재즈 스타일 기타 연주는 특히 압권이다. 


B면 첫 곡 '덧없는 계절'은 이전 곡의 어두움을 상쇄하기라도 하듯 밝은 톤의 선율이 흐리지만, 가사는 또 지난 날의 서글픈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이어 '소녀여', '그런 날에는' 너무 아름다운 노래로 '아련하고 잔잔하며 감수성 짙은' 어떤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명곡들이다. 


다음 '11월 그 저녁에'은 조용한고 반복적인 기타 주제 선율과 어눌한 음색의 보컬로 얘기하듯이 노래를 부르는데, 참 편안함과 나른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날" 노래들과 그들의 음악이 지금 우리 대중음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짧게 살펴봤다. 포크, 재즈라는 장르를 넘어서 그들의 음악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크고 작은 울림, 위안, 안식을 주고 있다. 그만큼 "어떤날"의 음악은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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