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ⅰ/국내음악

국내 LP(바이닐) 시장 및 유통 부조리에 대한 단상 그리고 한정판의 문제점, 메이크스타, 이소라, 강산에 등등등...

라운그니 2021. 9. 3. 09:51
728x90



몇년 전부터 LP (수집)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급기야는 LP가 돈을 불리는 가치의 수단이 되어 버렸다. 순수하게 보고, 듣고, 느끼는 음악을 즐기는 이들은 LP 가격이 치솟고 있으니 구하기도 쉽지 않아 결국 포기해 버리는 형국이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 인기 있는 가수의 옛 음반이나 신예 가수들의 앨범이 LP로 (재)발매 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김정미, 장필순, 안치환, 이소라, 김동률, 전람회, 솔리드, 조이, 청하 등의 앨범들이다. 문제는 이들 LP 음반들이 하나 같이 한정판 이라는 것.

물론, 지금이 LP 주류 시대가 아니다보니(잠깐 왔다 지나가는 유행일지도 모를일이다) 수지타산이 않맞아 마구 찍어낼 수 없어 한정판으로 내놓긴 하지만 이것이 또 지금과 같은 기형적이고 불균형한 LP 시장과 유통 구조에 나쁜 영향을 주는 데 한몫 한다. 

오히려 이를 기획한 업체들은 한발 더 나서서 '한정판'이라는 이것을 여러모로 잘 활용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속된 말로 돈을 우선 긁어 모으는 것.

즉, 이런 저런 LP를 내니까 한정판이라는 명목으로 사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는다. 기획자들이 선투자를 하여 미리 찍어내는 것이 아니란 것(다시 말해 자기네 할 일을 안한다는 소리다). 사람들은 실재 결과물을 보지 못한 채(삐까번쩍한 이쁜 그림만 보고) 귀한 가수이니까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가감없이 그들에게 돈을 맡긴다.

 

그리고 정확한 기약 없이 심지어 원래 약속된 기한을 넘기면서도 조용히 기다리기만 할 뿐이다. 이런 걸 보면 정말 우리나라 음악 애호가들은 너무 너무 착하다. 

아니, 이 순수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업체들이 악덕한 것일 수도 있을테다.  

실재로 이소라 6집 눈썹달 LP를 기획한 메이크스타라는 업체는 지난 6월 독점예약판매를 내걸고 3,000장 리워드를 오픈했다. 하루도 안되어 3,000장 완판. 원래는 8월 중순쯤 배송이 되어야 하는데, 명확한 고지 없이 10월 초에 배송한다고 계획을 변경했다. 그냥 주문한 사람들에게 문자나 자기네 홈페이지에 공지하나 걸었을 뿐이다. (이런 식이면 또 더 뒤로 연기하고 달랑 공지 하나 내걸 분위기다)

좀 뭐하지만 돈으로 따져볼까? 메이크스타에서 독점예약판매한 이소라 6집 LP 가격이 개당 13만원(택배비 별도), 3,000장 으로 따져보면 약 3억 9천만원. 이 앨범을 예약 구매한 모든 사람들은 저 돈이 그냥 굳어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최근 강산에 4집 연어 LP가 출시된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 앨범도 한정판. 여기 저기 온라인 마켓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순식간에 소진되었다. 에이치엠인터내셔날에서 운영하는 Ktown4u는 있지도 않는 물량으로 예약을 받고 대량 강제 취소 사태까지 벌였다.

이들 뿐일까? 악동뮤지션의 3집 앨범 '항해' 도 마찬가지. 
하나 같이 한정판이라는 혹하는 타이틀을 달고 예약 판매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LP시장이자 유통 구조다. 

물론, 사람들에게 돈을 먼저 받고 예약판매를 했다 치자. 
발매 시점이 이런 저런 사유가 있어 두세달 뒤로 좀 연기되었다 치자.
다 이해한다. 

그렇다면, 돈을 먼저 내고, 기다린 이들에게 고품질의 LP로 보답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LP 매니아들이 한결 같이 얘기하는 것은 요즘 생산된 LP 대부분이 1990년대 보다 못한 음질에, 저품질 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초판, 원판들이 더 낫다는 얘기다.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인지 정성이 부족해서 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암튼, 그렇다는 것. 좀 정직하게 장사할 수 없을까?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물론, 되팔이 열정들도 포함)을 이렇게 이용해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에는 LP의 대중화를 떠나서 우리나라 음반산업을 좀 먹게 할 것이고, 가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끝.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