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ⅱ

비디오테이프 아직도 보시나요?

라운그니 2021. 10. 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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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비디오 테이프 역사

1980~90년대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극장에 가거나 TV 방송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특히, 1981년 음반법 개정에 따라 대기업 중심으로 비디오 테이프 시장이 형성되고, 이후 스타맥스, 드림박스, SKC 등의 유통사들이 이 시장을 맡기 시작했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집집마다 VCR 기기가 있었고, 영화 개봉 후 신작들이 비디오테이프로 나오면 먼저 빌려서 보려고 줄도 서고 했던 적이 있었다. 2000년대 접어들어 비디오테이프와 DVD가 혼용되고, 2010년 이후에는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매체로 그렇게 비디오 테이프 시장은 몰락한다. 

위에서 간단히 비디오 테이프 역사에서 봤듯이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영상 매체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테이프를 수집하고, 영화도 보고 있다.
 
나 또한 그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요즘 디지털 매체에서 느낄 수 없는 비디오 테이프만의 눅눅하지만 따스하고 마음이 안정된 색감과 옛 감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날로그 브라운관 TV와 VCR 이렇게 옛 장비를 갖추고 틀어 보면 그 독특한 느낌에 더 가까와질 수 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티빙, 푹, 왓챠, 넷플릭스 등 OTT(Over-The-Top) 에서 리모콘 몇번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화 등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손쉬운데, 오히려 너무 쉽기 때문에 생각의 부제라든가 감성 발달 저해 등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 


예전에는 어떤 영화를 볼지 수없이 고민하고, 어떨지 기대하며 상상도 하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 과정들이 생략되어 인스턴트 음식처럼 즉시 고르고, 몇번 고민 없이 클릭으로 영화를 본다. 너무 많고 다양한 영상들로 가득찬 미디오 홍수 시대에 살아가니 물리적인 과정이 생략된 채 너무 빨리 흡수하고 또 쉽지 잊어버린다는 것.

하지만,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알다시피 여러 물리적인 과정이 담겨 있어 지금의 OTT 매체와는 많이 다르다. 

첫째 실재로 보고, 만질 수 있다는 것. 비디오 테이프 케이스의 겉부터 속까지 그리고, 케이스에 써있는 수많은 글자들에서 영화가 뭘 말하는지 알고 기대할 수 있다.
둘째 영화를 보기 전 물리적인 과정이 있다는 것. TV를 켜고 테이프를 꺼내 VCR에 넣으면 기계적인 소리와 함께 화면이 서서히 보이는 감성 요소가 가득하다.
셋째 디지털 매체처럼 선명하고 화질이 썩 좋지 않지만, 아날로그 만이 갖고 있는 따스하고 독특한 색감으로 보는 내내 마음이 푸근해 진다. 

이 외에도 더 많지만, 디지털 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들이 난 좋아 아직도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가끔 영화를 보고 있다. 정말 마음에 드는 비디오테이프는 소장도 하고 말이다.

현재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아날로그 TV와 VCR 기기는 각각 두대씩인데, 아날로그 TV는 삼성 CT-21K5G 모델(21인치 뚱땡이 브라운관 TV)과 삼성 CT-21B501HDR(21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TV가 있고, VCR은 필립스 VR402 VHS 4헤드, 삼성 SV-8200D VHS 7헤드 모델이 있다.


CT-21K5G TV와 필립스 VR402 VCR 은 둘 다 모노 음성만 지원하여 두대를 짝지어 놓고,  CT-21B501HDR과 SV-8200D은 둘 다 하이파이 음성이 지원되어 둘을 연결해 놓은 상태다. 아무래도 CT-21B501HDR TV가 2000년도 후반에 나온 모델이라 CT-21K5G 모델에 비해 화질이 좀 더 좋다. VCR도 SV-8200D 모델이 출시 당시 꽤 고가 모델이라 자동 화면 조정, 노이즈 보정, 영상 편집 등 많은 기능을 갖고 있고, 화질도 VR402과 비교해 훨씬 좋다. 뭐, 도토리 키재기지만... 

결론적으로 좀 귀찮고 불편하지만 제대로된 레트로 감성과 느림의 미학,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내 잊혀진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 쯤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고, 즐겁지 않을까. 또, 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내 옛 추억을 기억하고 나를 찾는 자그만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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