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IT/오디오 관련 글을 써본다. 요즘 AI 발전 속도에 눈이 번쩍 뜨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과거의 명기들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1970년대 아날로그 사운드의 전성기를 대표했던 오픈 릴 테이프 데크, 테크닉스 RS-1500을 만나봤다. 프로슈머(pro-sumer)부터 하이파이 오디오파일까지 널리 사랑받았던 이 모델의 매력을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릴데크, 그 시절의 아이콘
모델명은 Technics RS-1500US. 1976년부터 1986년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제조됐다고 한다. 크기는 W456×H446×D258 mm에 무게는 약 25 kg. 보기만 해도 묵직하고 존재감이 엄청나다. 테이프 속도는 9.5 / 19 / 38 cm/s 세 가지를 지원했다.
1970년대 중반은 프로용 기기와 가정용 기기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던 시기였는데, 테크닉스는 이때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단일 캡스탄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전송 경로와 직접구동(Direct-Drive) 모터를 결합해서 비용 절감과 고성능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한다. 1977년 에디슨 축음기 발명 100주년 기념호에서는 "차세대 오디오 장비"로 선정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설계와 기술 이야기
이 모델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Isoloop 테이프 경로다. 테이프가 U자 형태로 이동하며 슬립 마찰을 최소화해서 와우·플러터(테이프 속도 변동으로 인한 소리 왜곡)를 극도로 억제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실제 측정치도 매우 낮다. 또한, 리일 및 캡스탄 모터에 별도의 브러시리스 DC 유닛을 채용하고 전자 토크 제어를 통해 빠른 회전 안정화(0.7초 이내)를 달성했다. 전문가 수준의 정밀함이다.
헤드 시스템도 특별한데, RP-2224라는 헤드 교환식 유닛을 사용했다. 2트랙 녹음/재생 헤드와 4트랙 재생 헤드를 필요에 따라 전환할 수 있는 구조다.
주요 사양과 관리 팁
간단히 주요 사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트랙 수/채널: 2-트랙 레코딩/플레이백, 4-트랙 플레이백.
- 테이프 속도: 9.5 / 19 / 38 cm/s.
- 와우/플러터: 속도별로 0.018% ~ 0.06% WRMS로 매우 낮다.
- 주파수 응답: 19 cm/s 속도에서 20 – 25 kHz ±3 dB.
- 신호대잡음비(S/N): 약 60 dB.
- 왜율(THD): 0.8% 이하.
- 입력/출력: 라인 입력 60 mV, 마이크 입력 0.25 mV, 라인 출력 0.775 V.
이런 빈티지 기기들은 관리가 필수다. 장시간 사용 시 헤드 디가우징(자성 제거)을 월 1회 권장한다. 아이들 모터나 토크 재조정은 서비스 매뉴얼을 참고해서 오실로스코프로 파형을 확인하며 조정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출시 후 40년이 넘었기 때문에 **전해 콘덴서 교체(recap)**는 거의 필수적인 복원 작업이라고 한다. 브레이크 패드도 소모품이라 교체가 필요한데, 순면, 고무, 코르크 등 다양한 재질을 실험한 결과 2mm 두께의 코르크 패드가 최적의 효율을 보였다는 정보도 있다. 복원 과정이 꽤 까다롭지만, 잘 관리하면 제 성능을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의 가치와 전망
신품 생산은 중단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복원 및 튜닝 붐이 일었다. 중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1,000USD 내외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 유럽, 미국 모두에서 프로슈머급 명기로 평가받으며, 심지어 맞춤 튜닝 개조의 '코어 플랫폼'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결론 : 아날로그 사운드의 매력
테크닉스 RS-1500은 단순한 빈티지 오디오를 넘어, 아날로그 사운드의 정밀함과 신뢰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기라고 할 수 있다. 복원 과정에 품이 많이 들어가지만, 제대로 세팅된 RS-1500 한 대에서 나오는 소리는 디지털 음원으로는 쉽게 흉내 내기 힘든 생생한 질감을 선사한다. 오래된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은 오디오파일이라면, 혹은 아날로그 사운드의 깊이에 한번 빠져보고 싶다면, 이 테크닉스 RS-1500 경험은 분명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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