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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싱글 혼다 cb400ss 1,000km 시승기, 클래식바이크, 단기통, 야마하 sr400

라운그니 2015. 12.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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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빅싱글 혼다 cb400ss 와 첫 만남


125cc 보다 배기량이 큰 바이크는 어떨지 많이 궁금했던게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힘이 느껴질까? 얼마나 빠를까? 과연 내가 잘 다룰 수 있을까? 

125cc 바이크를 2년 넘게 타면서도 한편으로 늘 궁금했다. 


운좋게 2종 소형을 취득하고 그동안 동경하던 빅싱글(대배기량 단기통)을 찾아보게 되었다.


빅싱글의 재해석 모델로 보통 야마하 sr400과 혼다 cb400ss.

이 두 녀석이 그나마 접근하기 쉬운데 두 기종은 내게 마지막 탈 것이었다. 

아니 내가 현실적인 조건과 타협으로 정한 녀석들이었다. 


다시말해 두 녀석 중 하나를 타면 더이상 다른 바이크는 타지 않겠다 다짐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이 정도면 내게 충분했다. 



약 두달 전 상태가 꽤 양호한 2008년식 cb400ss가 매물로 나오게 되었다.

(참고로 cb400ss 는 2008년 이후 단종된 모델이다)

그 매물을 보자마자 '바로 이 녀석이다' 라고 결정을 해버렸다. 


좋은 기회는 우연히 찾아오고 그 기회를 잡는 것은 정확한 판단과 빠른 결단일 거 같다.

뭐 정확한 판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잘 결정했던 거 같다.


암튼, 판매자에게 바로 연락을 하고 그 날 약속을 잡았다.


판매자와 함께 저 멀리서 멋진 배기음을 터트리며 다가오는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스댕으로 마무리된 휀더, 휠 등은 번쩍거리고 연료탱크 등 카울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판매자의 자태는 클래식바이크 장르와 아주 잘 어울렸고 귀티가 넘쳤다고 할까?

부코 헬멧을 벗고 녀석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10월초 이지만 늦은 시간이라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넘도록 녀석의 이력과 관리상태 등 cb400ss 의 전반적인 얘기를 들려주었다.


판매자는 녀석의 키를 꼽고 한번 타보라고 했지만 조금 조심스러워 텐덤을 부탁했다.

흔쾌히 그러자고 하며 약 2킬로 거리를 느껴보았다.


1단, 2단에서 느껴지는 가속감이 장난 아니었다.

125cc 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템덤하고 한바퀴 돌자 은근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직접 타본다고 했다.



키를 돌리고 시동 버튼을 누르자 부라랄거리는 배기음과 엔진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스로틀을 열자 더 크게 부라랄랄 거린다. 정말 내 가슴이 벅찰 정도로 강렬했다.


1단으로 내리고 스로틀을 열며 출발. 

묵직한 느낌의 차체와 타이어의 확실한 로드홀딩이 바로 느껴진다.


좀 전에 텐덤했을때 녀석의 성능을 오버해서 보여주려고 

판매자가 스로틀을 과하게 연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직접 타보니 그게 아니었다.


2단, 3단에서의 가속감이 정말 일품이었다. 60 ~ 80km/h 속도가 정말 순식간이었다. 

차선변경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담백한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녀석을 시승하고 더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것이 cb400ss 와의 첫 만남이었다.





2. 이것이 혼다 cb400ss 이다.


그런 얘기가 있다. 

뭐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주어들은 얘기다.


현재 일반적인 일본 빅싱글의 대표격인 바이크는 야마하 sr400과 혼다 cb400ss 로 알려져 있다.

야마하 sr400은 1978년 처음 출시되어 약 37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2008년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약 1년간 단종되었으나 

2010년 연료공급방식을 캬브레이터에서 인젝션으로 바꿔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반면 혼다 cb400ss는 야마하 sr400의 대항마로 2001년 출시되었다.

(물론 그 전에 1998년 출시된 cl400 과 계기판, 머플러 등을 제외하고 같은 모델이다)

야마하 sr400과 마찬가지로 cb400ss도 2008년 배출 가스 규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때 혼다는 배출 가스 규제 강화로 캬브레이터 모델을 더이상 만들 수 없다면 

차라리 그만 만들겠다 하여 아쉽게도 단종을 선택하게 된다.


뭔가 의연함까지 느껴지는 얘기이지만 이것은 cb400ss 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어필되는 얘기라 하겠다.

아마도 혼다 cb400ss는 야마하 sr400의 기나긴 역사에 굴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야마하 sr400은 오랜기간 롱런하면서 다양한 커스텀 부품들도 공급된 바이크다.

그래서 수많은 커스텀 빌더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바이크를 만들어 왔다.

샤시, 엔진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부속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에 비해 cb400ss는 출시된지 15년 밖에 안되니 sr400에 비해 그만큼 커스텀 자유도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sr400과 cb400ss 중 사람들은 sr400을 더 아끼고 사랑했다.


하지만, 야마하가 현실과 타협해서 출시한 인젝션 sr400을 사람들은 별로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단적으로 최신 년식의 인젝션 sr400과 캬브레이터 sr400의 중고가가 그리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걸 보면 혼다가 cb400ss 생산을 중단한 것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객들의 마음을 읽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cb400ss는 바이크 장사꾼인 혼다가 고도로 기획한 마케팅의 희생물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보면 야마하 sr400과 혼다 cb400ss를 사람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빅싱글 고배기량 단기통의 진한 고동감과 진동을 느끼고 

커스텀의 자유도를 느끼기 위해서는 sr400을 타야하고,

기계적 성능이 높고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졌으며 커스텀의 자유도는 별로 없지만 

오랫동안 편안히 타려면 cb400ss를 타야 한다고.

그만큼 sr400은 찰진 재미가 있는 반면 cb400ss는 심심한 느낌이라고.


요 심심하다는 말.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사전적 의미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듯 하다. 


영어로 bored. 

일본어로 たいくつだ(타이쿠쯔다네).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일본인들은 cb400ss를 'たいくつだ' 라고 하지 않는다.

sr400이나 cb400ss 두 모델 다 재밌고 좋은 바이크라 생각하며 진짜 바이크의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두번 타보고 이 바이크가 좋네, 저 바이크가 좋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의 모든 바이크는 결코 심심하지 않다. 아니, 심심하다는 말이 쓰여선 안된다. 



cb400ss에 대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가볍다, 

끈기있게 저속토크가 좋다, 

스타일에 만족, 싫증이 나지 않는다, 

적당한 파워로 스로틀 응답성이 좋다, 

정말 심플하다,

레어하다, 


좀 더 전문적인 의견으로는

프론트 휠이 19 인치로 꽤 짧은 코너, 와인딩에서 매우 예리하게 돌 수 있다,

밸런스 탑재로 다른 단기통 바이크에 비해 진동이 작다 등 의견을 찾을 수 있었다. 


바이크뿐 아니라 거의 모든 탈 것은 오랜시간, 오랜 주행거리를 직접 타보고 평가를 내려도 늦지 않다.

한 두번 타보고 결코 그 바이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심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과연 그 바이크를 얼마나 타보고 말한 것일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cb400ss, 결코 심심한 바이크가 아니다. 


이것이 cb400ss 의 본질(本質)이다.





3. 내 cb400ss 에 대해


내가 소유하고 있는 cb400ss는 2008년식 모델이다.

색상은 국내 단 한대 진그린, 정서류다. 



현재 약 23,000km 주행중이고 수리하여야 할 부분은 아직 없다.

하지만, 년식을 고려하여 꼭 필요한 부품(소모품)은 보유하고 있다.


암튼, 이 녀석은 현재 여러가지 커스텀 부품들이 장착되어 있다.


데이토나 숏핸들

프런트 닛신 브레이크 마스터 실린더

스웨이지 프런트 브레이크 메쉬 케이블

놀러지 핫 와이어 점화 케이블

WM 머플러(WM-3028N 모델)

데이토나 핸들 발란스



그 외 모든 부위는 순정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데이토나 숏 핸들을 순정형 핸들로 교체해볼까 생각중이다.

그런데, 장착된 핸들에 각종 케이블 길이가 맞춰져 있어 이것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트는 순정 시트에서 데이토나 코지 시트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커스텀 범위. 


타이어는 앞 신코 F230 100/90-19, 뒤 R230 120/90-18 이 장착되어 있다.

트래드는 약 95% 이상 남아있다. 

또, 얼마전 이리듐 IXG24 점화플러그로 교체해 줬다.


지금까지 cb400ss 현 상태에 대해 얘기해 봤다.





4. cb400ss 1,000km 시승소감



현재 cb400ss로 약 1,000km 넘게 타고 있다.


그 전에 타던 kcr125 보다 약 30kg 정도 더 무겁고, 처음 탔을때 무게감이 상당히 크게 느껴졌다.

차선 변경이나 차체를 살짝 기울릴때 느껴지는 묵직함은 우와! 할 정도였다.

수치로 얘기해보면 kcr125과 비교해서 무게감이나 로드홀딩이 약 3배 더 좋았다.


cb400ss의 최대토크는 스팩상 5,500rpm 에서 약 3.2kgf.m 정도가 나오는데 

실제 느끼는 체감은 이보다 더 낮은 회전 영역에서 크게 느껴졌다. 

4, 5단에서 조차 3 ~ 4,000rpm 영역에서 비교적 강한 토크를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빅싱글에서는 고단 저rpm 영역에서의 툭툭치는 고동감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4. 5단 기어에서 rpm을 끌어올려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낮은 rpm, 

낮은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재밌는 주행감을 느낄 수 있다.



cb400ss를 약 500km 정도 주행하면서 느낀건 전에 타던 kcr125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 것.

바이크 성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바이크를 다루는 체감이 빠르게 적응되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cb400ss는 미들급 배기량에 속하지만 가볍고 다루기 쉬운 바이크라는 거다.

kcr125와 배기량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각 단에서 느껴지는 가속감은 크지만 금방 cb400ss에 익숙해졌다.

그렇다고 cb400ss 에 벌써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다.


기어 2~3단에서 3~4000rpm 으로도 충분히 시내에서 타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녀석의 성능 중 반도 사용하지 못했다.

또, 내가 녀석의 성능을 100% 이끌어내고 컨트롤 할 수 있을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이 녀석은 WM 트라이엄프형 머플러가 장착되어 호랑이처럼 그릉거리는 아이들링과 

스로틀을 땡겼을때 '부랄라라 부다다다' 하는 배기음으로 귀를 너무 즐겁게 해준다.



아직 cb400ss를 다 안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녀석인 거 같다.


그런데, 요즘 cb400ss의 엔진을 깨우는 건 좀 벅차다. 


그 과정을 잠깐 얘기해 보면 초크를 쫙 땡기고 셀 버튼으로 시동걸고 

약 1~2분간 3,000rpm 근처에서 예열을 해줘야 한다.

이어서 초크를 조금씩 내려서 2,000~2,500rpm에서 또 1~2분간 유지를 해준다.


실린더 및 크랭크 케이스까지 좀 따뜻해지면 그때 초크를 닫는데 그렇게 약 5분 이상을 해줘야 한다.

저번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잠 덜깬 어린 녀석을 어루고 달래서 깨우는 과정이랄까. 

이게 귀찮기보다 은근 재밌고 녀석을 아껴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아직 cb400ss와 오랫동안 길게 타본게 아니라서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녀석을 타왔던 느낌을 요약하자면 


A. 입가에 계속 미소를 띄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B. 저속에서 빅토크의 툭툭 치고 나가는 주행감을 느낄 수 있으며 

C. WM 머플러의 당찬 배기음으로 더욱 더 즐거운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5. cb400ss와 함께 무엇을 할까?



이 녀석과 무엇을 해볼까? 어디를 가볼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하지만, 아껴서 타는 건 생각해 봤다. 





그래서 얼마전 블로그에도 소개한 것처럼 녀석보다 더 년식이 오래된 dh88을 가져 왔다.


현재 두 녀석을 번갈아 타고 있는데, cb400ss만 탈때보다 더 재미있다.

뭐랄까? 바이크 라이딩이 더 풍요해졌다고 해야할까?


125cc도 안되는 녀석과 400cc에 가까운 녀석, 둘을 번갈아 타보니 더 여유로워졌다. 

사람과 자연과 도로와 해와 별과 달과 너와 나, 우리와 더 가까워졌다.


cb400ss와 dh88. 

전혀 다른 두 녀석이지만 나란히 두고 보면 찰떡궁합인 것 같다.

정말 잘 어울린다. 


앞으로 두 녀석과 언제든 함께 하고 싶다. 늘 가까이서 지켜보고 아껴주며 타고 싶다. 

자신의 바이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클래식, 올드의 가치가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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