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크바나 701 슈퍼모토(이하 701 슈퍼모토)를 탄지 어느덧 1,000km.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마일리지라 볼 수 있지만,
701 슈퍼모토로 서킷까지 다녀왔으니 이 바이크에 대한 성격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701 슈퍼모토는 힘이 넘치고 한없이 거칠며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의 성질을 가진 녀석과 같았다.
701 슈퍼모토는 KTM 단기통 690cc LC4 엔진을 개량하고
690의 샤시, 리어 연료탱크 등 많은 부분을 고스란히 이은 정통 모타드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 수록 엔진, 샤시 등을 개선하여 모타드 장르의 부흥을 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701 슈퍼모토를 처음 탈 때, 뭐 이따위 바이크가 있을까 의아해 한 적이 있다.
엔진은 경운기 마냥 우당탕탕 툴툴거리고 스로틀 반응은 울컥 울컥 제멋대로 였다.
또 어찌나 진동이 강하던지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핸들이 덜덜 흔들릴 정도 였다.
과연 이 제멋대로인 녀석을 서울에서 안양까지 잘 타고 올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게다가 시트고도 높아 신호대기시 많이 부담스러웠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CRF250 랠리의 시트고 적응이 없었다면 안양으로 오는 동안 몇번은 제자리에서 놓쳤을 것이다.
암튼, 그렇게 기대반 걱정반 701 슈퍼모토는 내게 다가왔다.
701 슈퍼모토 엔진맵핑은 '소프트', '스탠다드', '어드밴스드' 이 세단계로 나뉜다.
현재 약 1,000km 정도 '소프트(Soft)'로 타고 있는데, 다음 1,000km 는 '스탠다드(Standard)'로 타볼까 한다.
엔진맵핑은 시트 아래 자그마한 다이얼 게이지 숫자로 셋팅 할 수 있고, 0, 1, 2, 3~9 숫자가 다이얼에 작게 표시 되어 있다.
0은 저급 연료에 맞춰진 엔진맵핑으로 95 RON(Research Octane Number)이상 못 맞출경우 사용하는 셋팅값이다.
1은 소프트, 2는 어드밴스드, 3~9는 스탠다드인데
3~9는 비슷하지만 오너의 주행 누적치에 따라 각 숫자별로 세세한 값이 셋팅된다고 한다.
여기서 701 슈퍼모토의 성능을 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고급유를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는 것.
참고로 701 슈퍼모토의 압축비는 12.6:1로 상당히 고압축비다.
이 엔진맵핑값 즉, 소프트, 스탠다드, 어드밴스드의 반응이 상당히 궁금할텐데
첫 단계인 소프트에서도 녀석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거칠고 날쌨다.
저회전부터 고회전까지 701 슈퍼모토는 끊임없이 두툼한 토크감을 내뿝고 순간 가속감이 폭발적이다.
한마디로 길들여지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친 야생마 같다고 할까.
'소프트' 단계에서도 그럴진데, 스탠다드, 어드밴스드는 어떤지 참 기대된다.
701 슈퍼모토의 각 맵핑단계를 경험한 오너에 의하면 단계별로 큰 차이가 난다고 한다.
진정 701 슈퍼모토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어드밴스드'로 경험해 봐야 한다고 하는데...
또한, 701 슈퍼모토는 정통 모타드 끝판왕으로 불릴만큼 상당히 고급스러운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예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쇽 제작업체이자 KTM 자회사인 화이트파워
WP 4CS 도립식 포크와 WP 4816 리어 쇽이 장착되어 있고,
앞, 뒤 각각 four 피스톤 브렘보, single 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이 제동을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도 APTC 슬리퍼 클러치, 보쉬 ABS, Magura 유압장치 등 고급 파츠가 수두룩 하다.
701 슈퍼모토는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스로틀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데,
스로틀을 비트는 비율에 따라 출력 반응은 즉각적이고 날카로우며 그에 따라 스로틀감도 강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정교하게 셋팅되어 있다는 얘기다.
스로틀을 강하게 비틀면 그에 비례해 강력한 파워곡선을 보여주는데 순간 놀랄때도 많이 있었다.
701 슈퍼모토의 690cc 빅싱글 엔진은 지치는 기색없이 힘찬 가속감을 계속해서 내뿜는다.
3단 기어에 두고 스로틀을 풀었다 감았다 하면 그에 따라 감속했다 가속하는 체감이 상당한데,
아크라포빅 사일랜서의 폭발적이고 강렬한 배기음은 라이딩 쾌감을 더욱 더 배가 시킨다.
요즘 날씨가 덥고 기온이 오르자 녀석이 공냉식 바이크 마냥 다채로운 반응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배기가 불안정 한지 후적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듣기 좋은 사운드라 맘에 든다.
701 슈퍼모토를 재밌게 타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 중 하나는 고단기어에 두고 회전수를 저회전에서 고회전로 끌어올릴때
두루루룩 가속하며 내는 엔진음과 배기음 사운드를 듣는 것이다.
또, 훌륭한 무게 중심과 빠르고 정확한 가감속 파워밴드를 컨트롤하여
짧은 인아웃 코너에서 파워풀한 주행을 할 수도 있다.
이처럼 701 슈퍼모토는 어느 환경에서든 매일 타더라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재미로 똘똘 뭉친 바이크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그것은 701 슈퍼모토을 타면 평상시와 다르게 오버한 주행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과속하고 칼치기를 일삼는 공도 깡패가 된다고 할까.
전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어 녀석을 타기가 좀 두렵다.
그 정도로 701 슈퍼모토는 오너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고 과격하게 변하도록 부추긴다.
그래서 701 슈퍼모토는 야생마 마냥 아무나 다룰 수 있는 바이크가 결코 아닌 것이다.
현재 701 슈퍼모토를 약 1,000km 넘게 '소프트' 맵핑으로 타고 있다.
내일부터는 '스탠다드' 맵핑으로 탈 예정인데 과연 어떤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된다.
끝.